지난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초속 52.5m의 강풍으로 방파제 안쪽 옹벽 50여m가 허물어졌다. 임진욱씨 제공
“연육선 배 닿는 자리가 자갈밭이 돼부렀어요.”
전남 신안군 가거도 주민 임진욱(54)씨는 8일 “여객선이 오늘부터 들어오질 못하고 있다. 유실된 사석들을 치우려면 며칠 걸릴지 모른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초속 52.5m의 강풍으로 방파제 안쪽 옹벽 50여m가 무너졌다. 옹벽이 허물어지면서 아래 다져뒀던 사석 골재들과 허물어진 콘크리트 더미 등이 휩쓸리다가 부두 앞 바다 밑에 쌓여 수심이 낮아졌다. 임씨는 “수심 25m를 확보하지 못하면 여객선이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초속 52.5m의 강풍으로 방파제 안쪽 옹벽 50여m가 허물어진 뒤 유실된 사석들이 뒹굴고 있다. 임진욱씨 제공
가거도에 여객선이 다시 다니기까진 10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주민 350여명은 뱃길이 끊겨 큰 불편을 겪게 됐다. 가거도에서 목포까지는 배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신안군 쪽은 “방파제 건설업체 등과 상의해 2~3t급 작은 배를 띄워 여객선을 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번 추석 때까지 배 운항 사정이 힘들면, 뭍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목포에서 만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 길목에 있는 가거도는 태풍이 올 때마다 방파제가 유실돼 수십년 동안 복구공사가 이어져 왔다. 신안군은 “2013년부터 초대형 태풍에도 버틸 수 있도록 ‘슈퍼 방파제’ 건립 공사를 진행하던 중 또다시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슈퍼 방파제는 케이슨으로 불리는 10층짜리 아파트 2개 동 규모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16개를 설치하는 공사다. 이 공사는 애초 내년 12월 말까지 끝날 예정이었지만, 이번 링링 태풍 피해로 1~2년 정도 공사가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신안군은 내다봤다.
지난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몰고 온 초속 52.5m의 강풍으로 마을 공동 저온고가 뒤쪽으로 밀려 버렸다. 임진욱씨 제공
가거도 뿐 아니라 신안군 1000여개 섬에도 강풍이 몰아쳤다. 가거도 인근 흑산도의 최대 풍속은 지난 7일 아침 6시28분 초속 54.4m(시속 195.8㎞)를 기록했다. 초속 54.4m는 1959년부터 우리나라를 거쳐 간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2003년 ‘매미’의 초속 60.0m 등에 이어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흑산도 등 양식 어가들이 큰 피해를 당했다.
이날 흑산도 피해 현장을 방문한 박우량 신안군수는 “출고를 앞둔 우럭·전복을 키우던 양식장들이 태풍 피해를 입어, 어민들이 망연자실해지고 있다. 특히 섬 주변에 해양 쓰레기까지 밀려와 어민들이 이중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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