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이 조건 없이 임야 3만3000㎡를 기부한 전남 신안군 장산면 대리 일대. 신안군청 제공
서울에 사는 60대 여성이 섬 숲을 가꾸는 전남 신안에 3억원 상당의 임야를 기부했다.
신안군은 3일 “지역 연고가 없는 서울시민 정아무개(65)씨가 88년부터 보유했던 신안군 장산면 대리 임야 2필지 3만3000㎡를 조건 없이 기부했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달 6일 전화를 걸어온 정씨의 의사를 확인하고 같은 달 12일 자택을 방문해 기부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이 토지를 공유재산에 포함하는 절차를 마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정씨가 오래 전 임야를 샀지만 거리가 멀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해왔다며 기부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덧붙였다. 또 “정씨가 남해안 섬숲가꾸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방치해둔 토지가 사계절 꽃피는 아름다운 숲으로 탈바꿈해 공익적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신원은 일절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조건없는 정씨의 기부는 지난 4월 압해도~암태도를 잇는 10㎞짜리 천사대교 개통을 계기로 섬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민 사이에 화제로 떠올랐다. 정씨가 기부한 임야는 장산면 대리마을에서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높이 200m 안팎의 구릉지다. 경계 안에서 바다가 보이고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이 울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값은 3억여원으로 추산된다. 장산면사무소 오정경씨는 “목포에서 뱃길로 1시간20분 떨어져 접근이 어렵고, 알려진 관광자원도 많지 않은 섬 안에 아름다운 내력을 품고 있는 마을숲이 생기게 됐다”고 반겼다.
군은 이 마을에 있는 400년생 팽나무, 주엽나무 등 노거수림과 연계해 마을숲 조성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군은 지난해부터 14개 읍면 343곳에서 펼치고 있는 ‘1마을 1숲 가꾸기’ 사업에서 이곳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마을숲을 가꾸려고 협의를 해도 매수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착한 기부자의 뜻을 살려 이 숲을 지역의 특색에 맞게 조성해 섬의 자랑거리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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