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29년을 보냈던 구순의 비전향 장기수 서옥렬(사진) 선생이 11일 오전 9시42분 별세했다. 향년 91.
고인의 삶은 ‘분단의 아픔’을 대변한다. 전남 신안 출신인 고인은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이던 1950년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입대했다. 북에서 강원도 천내군 중학교 교원으로 재직하다가 ‘여성 교원’(30년생)을 만나 결혼했다. 1961년 공작원으로 남파돼 고향을 방문했다가 붙잡힌 고인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기소돼 감옥에서 29년을 보냈다. 출소 후 광주광역시에서 거주해 오던 고인은 1998년 “여보! 당신, 살아있는지 궁금하기 그지없구려…”라고 편지를 썼지만, 끝내 부치지 못하게 됐다.
11일 광주시 북구 신안동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서옥렬 선생의 빈소. 정경미씨 제공
고인은 작년부터 폐에 물이 차 올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병마와 노환을 이기지 못했다. 고인은 작년 4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마지막 소원은 죽기 전 아내와 두 아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고인이 평양을 떠날 때 두 아들은 5살(56년생), 3살(58년생)이었다. ‘장기 구금 양심수 서옥렬 선생 송환추진위원회’는 2017년부터 서씨의 북송을 정부에 요구했다.
1992년 대학생 기자 때 서씨를 인터뷰한 뒤 지금껏 인연을 이어왔던 정경미(48)씨는 “남북관계에 훈풍이 돌자 북한 송환을 기대했는데 마지막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뜨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빈소는 광주역장례식장(신안동)이며 장례는 14일 오전 8시30분 시민들과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장례위원으로 참여하는 민족통일장으로 치른다. 장지는 광주 문빈정사 극락전이다.(062)264-4444.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