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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학의 성접대 의혹’ 등 ‘19금 정치풍자화’ 눈길

등록 2019-09-17 04:59수정 2019-09-17 09:50

홍성담, 19일부터 ‘정치풍자전’
광주 생각갤러리서 13점 전시
“권력 부역자 ‘법비’ 향한 경고”
홍성담 화백의 19금 정치풍자전 홍보물. 홍성담 제공
홍성담 화백의 19금 정치풍자전 홍보물. 홍성담 제공
지금도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홍성담(64) 화백은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지하실에서 물고문 끝에 “간첩”이라고 거짓으로 자백했다. 공안 당국은 ‘민족해방운동사 걸개그림’이 1989년 7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행사장에 걸린 것을 문제 삼았다. 홍 화백은 전국 화가 30여명이 공동 제작한 이 걸개그림의 사진을 북한에 보낸 혐의로 구속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이 사건 담당 공안부 검사였다. 김기춘 검찰총장과 정형근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이었다.

광주광역시의 갤러리 생각상자는 19일 ‘홍성담의 19금 정치 풍자전’을 시작한다. 고문으로 거짓자술서를 쓰게 한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과 정형근 전 의원의 호텔 묵주기도 사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수십년 권력 언저리에 있었던 맥락을 풍자하는 작품 13점이 걸린다. 주홍 관장은 “언어와 법으로 하지 못한 말들을 풍자그림으로 그려서 정치인들은 물론 인간의 욕망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작들은 5·18 시민군 출신인 홍 화백이 2016~2017년 마음먹고 그렸던 풍자화들이다. 13점 가운데 1점만 최근 완성한 작품이다. 대부분 200호(3×2m) 이상의 대작이다. <강원도 별장>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정면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묵주기도>는 한 호텔에서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됐던 정형근 전 의원이 “묵주기도를 했다”고 해명했던 것을 풍자한 작품이라고 한다. 김기춘 전 실장의 ‘권력 일대기’를 그린 <똥침2>는 500호 작품이다.

<똥침2>엔 홍 화백도 등장한다. 홍 화백이 2014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청와대 압력으로 전시하지 못한 <세월오월>(10.5×2.5m)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작의 ‘계기’가 됐다. 홍 화백은 “자전거 바퀴 공기 주입기를 들고 있는 게 나다. 풍선으로 만든 뒤 공중으로 띄워 버리고 싶다”고 했다.

작품들 속엔 “권력 부역자인 ‘법비’(사적 이익을 취하는 법조계 무리)들을 향한 경고”가 담겨 있다. 홍 화백은 안기부의 조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공소장을 쓰는 검사를 보면서 분노했다. 홍 화백에게 적용된 간첩죄는 대법원에서 무죄로 파기환송됐지만,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간 감옥에 갇혔다. 홍 화백은 “나를 간첩으로 조작한 이들은 승승장구했지만, 나는 출소해 여섯달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전시는 성적 표현 때문에 19살 이상 성인만 관람할 수 있다. 또다시 ‘여성 비하’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홍 화백 스스로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성찰이 전시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스스로 검열해 몇 작품을 제외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에서 포르노그래피 정치풍자화를 그린다는 것은 상당히 두려운 일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가 한 뼘이라도 더 확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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