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고충과 경험을 털어 놓는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가 27일 광주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 해 광주에서 처음 열린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 소화누리 제공
“정신장애 당사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실래요?”
광주광역시에 사는 장영익(46)씨는 10여 년 전 심한 우울증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3년여 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정신과 외래치료를 시작하면서 7년째 정신재활시설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지역자활센터에서 택배 일을 할 정도로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 장씨는 요즘은 비만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변에 고민을 털어 놓은 뒤 살을 빼기 위해 운동과 절식 등을 실천해가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고충과 경험을 털어 놓는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가 광주에서 열린다. 광주시와 소화복지자매원, 천주의성요한수도회는 27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덕재홀에서 행사를 연다.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는 1933년 일본 정신장애인공동체 베델의 집에서 해마다 처음 기획된 행사로, 광주 지역에서 지난 해 처음 열린 바 있다.
27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에서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가 열린다.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소화누리, 요한빌리지, 송광정신재활센터 공동주관으로 진행하는 이번 행사에선 광주 지역뿐만 아니라 청주정신건강센터(청주),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서울) 등에서 활동하는 당사자 5명이 정신질환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소화누리 쪽은 “환청·망상은 정신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증상이지만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아 혼자서 고통을 감당하다가 고립되고 병도 심해지곤 한다”며 “이번 행사는 감춰왔던 병을 드러내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정신질환을 사회적인 공포에서 공감으로 끌어내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의 사례발표자인 오연화 (48)씨는 “나의 병과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환청과 잘 지내는 방법들을 알게 되어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조성환 소화누리 국장은 “간혹 정신장애인들과 연관한 사건사고가 나면 그 점만 부각되다보니 정신장애인들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이번 행사가 정신장애인을 향한 막연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 정신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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