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 2일 태풍 ‘미탁’의 전남 상륙이 예상되자 신안군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태풍 대비 상황을 듣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전남지역은 2일 태풍경보 속에 하천이 넘치고 도로가 잠기는 등 피해 70여건이 행정당국과 소방당국에 신고됐다.
전남 장흥에선 하루 사이 156㎜의 큰비가 쏟아지면서 용산면 두암천의 둑이 넘쳤고, 대덕읍 옹암마을 인근 군도 3호선의 경사지 일부가 유실됐다. 이날 오전 완도군 완도읍 가용리 중앙초등학교 옆길과 목포시 옥암동 한 자동차공업사 앞 도로 갓길 등 곳곳이 빗물에 잠겼다. 보성군 회천면 야산에서는 흙더미가 도로로 쏟아져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영암군 서호면 한 마을의 주택 마당, 인근 학산면에서는 천변 주차장이 각각 침수되기도 했다.
빗길 교통사고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4시39분께 무안군 삼향읍 맥포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4㎞ 지점에서 ㄱ(23)씨가 몰던 승합차가 오른쪽으로 넘어져 4명이 경상을 입었다. 비슷한 시각 여수시 봉강동 2차로 도로에서는 승합차를 몰던 ㄷ(27)씨가 빗길에 미끄러져 인도를 덮치는 바람에 다치기도 했다.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2일 전남 목포시 석현동 임성천이 범람해 인근 골목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전남 연안항로 53개 노선의 여객선 92척도 운항이 중단됐다. 광주·무안·여수공항의 항공기도 거센 바람으로 결항하며 발이 묶였다. 무등산·내장산·월출산·지리산·다도해해상 등 국립공원의 출입도 일제히 통제됐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날 100~200㎜의 비가 쏟아지자 학생의 안전을 위해 단축수업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자제하게 했다. 이에 따라 오후 3시까지 학교 85곳이 서둘러 하교시간을 조정했다. 광주시교육청도 2~3일 광주시내 모든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신안군 압해도~암태도 해상에 길이 7.2㎞로 건설된 천사대교에 10분간 평균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면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목포대교·압해대교·장보고대교·팔영대교 등은 평균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불면 통행을 제한한다.
전남도는 수확기 농작물에 큰 피해가 날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재배한 농작물 중 벼 89.5%, 사과 70.0%, 배 18% 등을 아직 거두지 못했다. 특히 벼는 재배면적 15만4091㏊ 중 13만7906㏊를 아직 수확하지 못해 우려가 크다. 정영수 전남도 식량정책팀장은 “벼 이삭이 익어가는 시기라 고개가 무겁다. 바람이 불면 60~70도 넘게 쓰러지고, 물에 잠기면 싹이 날 가능성이 있다. 볏논은 물을 빼주고, 과수는 서둘러 수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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