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미탁이 다가오면서 큰비가 쏟아진 2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도심지 주택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제공
2일 밤 태풍 미탁이 상륙한 전남에서는 200㎜ 안팎의 큰비로 주택과 볏논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남도는 이날 시간당 최대 38㎜까지 폭우가 쏟아지면서 완도군 완도읍의 주택 126동과 목포시 삼향동 주택 2동 등 주택 128동이 침수했다고 밝혔다. 또 무안군 삼향읍에서도 부근 임성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일부 주택이 침수됐다. 주민들은 집 안 거실과 부엌 등에 물이 차오르자 이를 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상당수 가재도구와 전자제품이 물에 젖자 망연자실했다. 행정당국은 배수펌프를 서둘러 투입하고, 주택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기도 했다.
이틀 동안 261.4㎜의 강우량을 기록한 고흥읍을 비롯해 해남·보성·나주 등에서도 배수구가 막히거나 하천 둑이 넘치는 등 피해신고가 이어졌다. 강진 신전면과 보성군 회천면, 장흥군 대덕읍 등에서는 연약해진 도로 옆의 경사지에서 흙더미가 쏟아져 한때 통행이 막히기도 했다.
수확을 앞둔 벼도 빗물에 잠기거나 바람에 쓰러지는 피해를 봤다.
볏논이 침수한 면적은 완도 200㏊, 고흥 100㏊, 강진 59㏊, 보성 50㏊ 등 모두 459㏊로 신고됐지만 태풍이 지난 뒤 집계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볏논들은 큰비가 이어지고 어둠이 내리면서 물빼기가 더뎌 소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 탓에 벼가 쓰러진 면적도 1차 조사에서 신안 8㏊, 강진 4㏊, 보성 3㏊, 장흥 0.3㏊ 등 모두 15.3㏊로 나타났다. 전남에선 벼 재배면적 15만4091㏊ 중 13만7906㏊를 아직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태풍 미탁은 이날 밤 9시40분께 전남 목포에서 30㎞ 떨어진 해남에 상륙해 남부지방을 관통하고 있다. 태풍은 이어 곡성과 대구를 거쳐 3일 오전 경북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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