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도위원이던 이황씨가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조봉훈씨 제공
광주광역시의 민주인사들의 사랑방으로 꼽히는 ‘화랑궁회관’ 바깥주인 이황씨가 4일 오후 2시59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4살.
광주전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도위원이던 이씨는 3년 여동안 대장암으로 투병하다가 이날 갑자기 세상을 떴다. 아내인 신지윤(64)씨가 운영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화랑궁회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지역 인사 40여 명과 함께 8천원짜리 생고기 비빔밥으로 점심을 했던 식당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광주에 올 때마다 이 식당을 자주 찾았다. 고인은 문 대통령에게 중국 북송 때 문인의 문장을 직접 옮겨 적은 합죽선을 선물했고, 문 대통령은 ‘화랑궁회관 사람이 먼저다!’란 친필 사인를 남겼다.
고인과 그의 가족은 광주지역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2년 유신체제를 비판한 전국 최초의 반유신 선언문 <함성지> 사건에 연루돼 6개월동안 복역했다. 그의 나이 18살, 고3때였다. 이 사건은 집안의 맏형인 이강(73·광주전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씨가 고향 친구였던 고 김남주(1946~1994) 시인과 함께 유신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일으킨 민주화운동이었다. 반국가단체 구성 예비음모 혐의로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된 맏형 이강은 출소 이후에도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다. 이 사건으로 불구속됐던 고인의 누나 이정(71)씨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전남대 1학년이던 동생 이연(59)씨와 함께 최후까지 투쟁했던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다.
유신과 5·18,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에 8남매 중 5남매가 연루됐다. 광주의 대표적 민주화운동 가족들이 운영하는 화랑궁회관은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화랑궁회관은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광주에서 벌어졌던 각종 시국사건과 관련된 회의나 기자회견이 이뤄진 공간으로 꼽힌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도 자주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고인의 장례는 광주전남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지윤씨와 아들 동호(에스케이엔아이 영업팀 매니저)씨와 딸 반야(한국무용 프리랜서) 등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금호장례식장이다. 발인식은 6일 오전 9시에 열린다.(022)227-4382.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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