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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딛고 희망 키우는 생존기, 온몸으로 표현하죠”

등록 2019-10-23 19:58수정 2019-10-24 14:56

전국 첫 장애인 극단 ‘그래도’ 24일 공연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소재로 창작
바리스타 변신 ‘어서오세요! 홀더입니다’
광주 장애인 극단인 ‘그래도’ 소속 배우들이 지난 22일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그래도 제공
광주 장애인 극단인 ‘그래도’ 소속 배우들이 지난 22일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그래도 제공

“장애인들이라 함께 모이는 것이 힘들고, 대본을 함께 읽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행복합니다.”

광주의 극단 ‘그래도’ 단원 최승규(50·뇌병변 1급)씨는 23일 “연극을 하면서 성격이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그래도’는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이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장애인 극단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20명이 더불어 함께하고 있다. 그래도는 24일 저녁 7시30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 창작극 <어서오세요! 홀더입니다>(70분)를 무대에 올린다. 13명의 출연 배우 중 4명만 전문 연극인이다. 이들은 ‘2019 광주 장애인 연극아카데미’에 참가해 지난 7월부터 전문 연극인들과 함께 40회에 걸쳐 연극 이론교육, 연기훈련, 공연연습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연극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극본은 문화활동가 윤경미(48)씨가 썼다. 공지영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됐던 옛 광주인화학교 교직원들의 성폭행 사건 이후 생존자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윤 작가는 “‘도가니’ 사건 이후 그 친구들이 살고 있는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그린 블랙 코미디물”이라고 말했다. 2005년 처음 제기된 옛 광주인화학교 가해자 16명 중 4명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피해자는 30명에 이른다. 10여 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커피 바리스타로 변신해 일하는 카페 홀더 2곳은 희망을 키우는 터전이다.

광주의 극단 ‘그래도’는 실로암사람들이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장애인 극단이다. 사진 그래도 제공
광주의 극단 ‘그래도’는 실로암사람들이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든 장애인 극단이다. 사진 그래도 제공

연출은 연극 배우 황민형(31)씨가 맡았다. 지난 8월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축제에 초청받은 서울 극단 초인 단원으로 일인극 <맥베드>를 공연했던 전문 배우다. 3년째 그래도의 연출을 맡고 있는 황 감독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열정적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사신 분들어서인지 작은 움직임에도 빛이 난다.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배우들이 언어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나 거동이 힘든 것은 자막 처리와 수화 통역 등으로 해결했다. 그는 “표현이 힘든 장애인 배우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연극 관람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그래도’ 단원들이 지난 22일 작품의 대본을 함께 읽고 있다. 사진 그래도 제공
극단 ‘그래도’ 단원들이 지난 22일 작품의 대본을 함께 읽고 있다. 사진 그래도 제공

이번 무대는 상처를 서로 보듬고 치유하는 자리다. 2005년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땐 “계란으로 바위치는 일”이라고들 했지만,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연대를 통해 불의를 응징했다. 2011년 말 인화원과 인화학교가 폐쇄되고 설립인가가 취소됐고, 2022년엔 그곳에 장애인인권기념관이 들어선다.

실로암 대표 김용목(56) 목사는 “성폭행 사건 생존자들 중엔 바리스타나 직장인 되거나 결혼해 가정을 이룬 분들도 있다”며 “도가니 사건 문제를 제기한 뒤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생존자들이 일상에서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는 지를 유쾌하게 보여주는 치유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62)672-7782.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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