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현재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교민 제공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이 두번째로 재판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이번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나서는 등 강제송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각엽)는 24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기일 변경 신청을 했지만 허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25일 오전 10시30분 광주지법 302호에서 열리는 첫 공판을 하루 앞두고 변호인을 통해 재판 연기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허 전 회장이 지난 8월28일 첫 재판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신청한 공판 기일 연기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2014년 2월 400억원대의 세금·벌금을 내지 않은 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허 전 회장은 2007년 5~11월께 ㄱ씨 등 지인 3명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25억원 상당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50주를 판 뒤 발생한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과 차명 주식 배당금의 종합소득세 650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 7월23일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허 전 회장은 아파트 분양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허 전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부정맥 증상이 있는데 날씨가 찬 한국에 가면 좋지 않다는 소견이 나온데다 변호인들이 사임을 해버렸다”며 “출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쪽은 “재판부에 허 전 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강력 요청할 예정이다. 대검찰청과 법무부와 협의해 뉴질랜드 쪽에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1년 12월 508억여원의 탈세를 지시하고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이 확정된 바 있는 허 전 회장은 400억원대의 세금·벌금을 내지 않은 채 카지노에서 도박한 사실이 드러난 뒤 2014년 3월 귀국해 “벌금 낼 돈이 없다”며 하루 5억원씩 탕감받는 구치소 노역을 했다가 공분을 샀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