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 넣어 공분을 샀던 전남 순천 ‘병원 불법 촬영’ 가해자가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자 여성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광주여성민우회와 전남성폭력상담소 등 호남·제주지역 여성단체 30곳은 18일 논평을 통해 “법원이 순천 종합병원 탈의실을 불법 촬영해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한테 구형량인 2년보다 훨씬 가벼운 10개월의 징역을 선고한 데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원은 언제까지 여성들의 죽음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여성의 고통에 판결로 응답해야 한다. 항소심에서 제대로 판결할 수 있도록 광주고법의 재판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 활동가 김미리내씨는 “여성들은 불법 촬영의 불안과 공포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가해자는 10명 중 1명만 징역형을 선고받는 현실에서 안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2단독 설승원 판사는 지난 13일 순천 종합병원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ㄱ(38)씨한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ㄱ씨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3년 동안 아동·청소년·장애인 복지시설에 취업할 수 없다는 명령도 받았다.
설 판사는 “수십차례 불법 촬영을 했고, 1명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피해가 크다. 유족이 엄벌을 탄원했다. 하지만 ㄱ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했으며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지난 7월 순천의 한 마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을 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ㄱ씨는 이후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지만, 휴대전화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탈의실 등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했던 증거가 나오면서 8월23일 구속됐다. 조사 결과, ㄱ씨는 2년 동안 병원 탈의실과 승강기, 할인점, 어린이집, 면세점 등에서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31차례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병원 불법 촬영 피해자 4명 중 ㄴ씨는 지난 9월24일 밤 11시께 자신의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이 사건 이후 정신적 고통으로 악몽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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