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단지 모습. 광주도시미래포럼 제공
광주의 상징적 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에 3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이 추진된다. 문화전당 주변 아파트 ‘성벽’은 옛 전남도청의 5·18 역사성을 강조하려고 전당 주요 문화시설을 지하에 지은 의미마저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광주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금동 지역주택조합은 금동 70번지 일원 1만6848㎡ 터에 39층짜리 4개 동 아파트(394가구)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건설 예정지가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이어서 주변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파트 신축 단지는 동구가 국비·시비 등 300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시작하는 ‘인쇄의 거리’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구 안에 있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지구 안에 39층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동구는 서남동 인쇄 출판업 거리에 300억원을 투입해 도심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지구 안에 3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무등산 자락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문화전당 경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산동 지역주택조합은 광주지방법원 뒤쪽에 25층짜리 6개 동 아파트(454가구)를 짓기 위해 지난 9월 동구에 주택사업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지산동 지역주택조합이 짓는 아파트 건설 예정지 옆 산수동 산67-1번지 일원에는 15~18층 규모의 아파트 299가구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 산67-1번지 일원에 15~18층 규모의 아파트 299가구 건설이 추진된다. 사진은 사업지구 인근 구와산 등산로. 독자 제공
무등산 자락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올라오면 아시아문화전당 주변 경관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신태양 전 호남대 교수(광주시 공공건축가)는 “금남로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는 경관은 광주의 상징이자 마지막 보루인데 사라질까 걱정스럽다”며 “무등산 주변엔 아파트 단지를 고밀도로 설계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층수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도시재생국 쪽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설 건은 사업성 때문에 세대 수를 줄이거나 높이(층수)를 문제 삼긴 힘들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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