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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통굽 힐, 포주의 돈통…성매매 착취 현장서 인권전시

등록 2019-12-03 15:05수정 2019-12-04 20:51

광주시 동구, 대인동 옛 ‘유리방’에서 전시회
비엔날레 출품작과 성매매 업소 물건 등
“착취 도구 된 생활용품 통해 인권유린 직시”
3일 광주시 동구 대인동 옛 성매매 집결지 유리방 건물에서 성매매 착취 피해 여성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3일 광주시 동구 대인동 옛 성매매 집결지 유리방 건물에서 성매매 착취 피해 여성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광주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대인동. 대인동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께부터 윤락가가 형성됐다. 현 동부소방서 터에 광주역이 있어 여관업이 성행했다. 1976년 공용버스터미널이 신축된 뒤 성매매 집결지의 대명사가 된 ‘유리방’이 생겼다. 1992년 터미널이 이전해 홀복을 입고 유리방 앞에 서 있던 흔적은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3~4곳의 업소에서 약 20~30여 명의 여성들이 ‘휘파리’(일본어로 호객 행위를 한다는 뜻)를 한다.

광주광역시와 동구가 대인동의 성매매 집결지 상처를 돌아보며 성매매 착취 피해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대안을 마련한다. 과거 성매매 착취가 이뤄졌던 현장에서 아카이브를 구축해 전시회를 열고, 주민 집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지혜도 모은다.

동구는 3일 과거 ‘유리방’을 두고 성매매 착취가 이뤄졌던 영빈관이라는 공간에서 ‘대인동 여성인권을 켜다(ON)’를 주제로 전시회를 시작했다.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대인동 인권ON(온)돌방’이다. 옛 유리방을 임대해 전시장을 마련했다. 1층엔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성매매 착취를 당했던 여성들이 쓴 수기도 전시된다. “낮보다는 밤이 화려한 그 곳…그 한편엔 언니들의 슬픔이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였던 옛 유리방. 화려하지만 슬픈 밤거리였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였던 옛 유리방. 화려하지만 슬픈 밤거리였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에 있던 옛 유리방 업주가 성매매 대금으로 받은 돈을 보관했던 돈통.
광주시 동구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에 있던 옛 유리방 업주가 성매매 대금으로 받은 돈을 보관했던 돈통.
2층엔 지난해 비엔날레 출품 작가였던 작가 정유승과 작가 이리, ‘이리, 달밤에 이리떼’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성매매 착취 피해 여성들이 사용했던 굽 높은 신발, 화장품, 인형도 볼 수 있다. 업주(포주)가 ‘언니’들한테 성매매 착취 대금으로 받은 대금을 색깔별로 봉투에 담아 보관했던 ‘돈통’도 전시돼 있다. 김희영 언니네 소장은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공간이었다. 일상생활 물건들이 성 착취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3~12일 광주시 대인동 옛 성매매집결지에서 열리는 ‘대인동 인권ON(온)돌방’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에서 작가 이리, ‘달밤에 이리떼’가 전시한 작품.
3~12일 광주시 대인동 옛 성매매집결지에서 열리는 ‘대인동 인권ON(온)돌방’이라는 제목의 전시회에서 작가 이리, ‘달밤에 이리떼’가 전시한 작품.
광주시와 동구는 탈성매매 여성들이 홀로서기를 돕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는 2017년 제정된 ‘광주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인권보호 및 자립자활지원조례’에 따라 시설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는 탈성매매 여성들을 획일적으로 쉼터로 보내려는 것보다 홀로 주거공간을 얻어 살며 직업훈련을 받는 방식의 자활시스템을 검토중이다.

여성·인권단체에선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여성인권거리로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여성인권 및 문화예술거리 조성, 청년 여성들의 사회적기업 조성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0일 대인동 유리방 전시관에서 집담회를 열어 주민들의 제안을 들을 예정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대인동이 성매매 집결지라는 오명을 벗고, 문화와 예술이 꽃피우는 여성인권마을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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