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는 100년 뒤 보물이 될 전주시 미래유산을 새로 지정했다. 지금은 없어진 전주 최초 고아원 사진.
전주천을 가로지르는 전주남부시장 근처 매곡교와 싸전다리 뚝방길, 전주 최초 고아원 터가 100년 뒤 전주의 보물이 될 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전북 전주시는 미래유산 지정을 위한 시민제안 공모를 통해 올해 전주미래유산으로 ‘전주천 매곡교 및 싸전다리 뚝방길, 이거두리 이야기’와 ‘전주 최초 고아원 터’ 등 2건을 새로 지정했다고 5일 밝혔다. 미래유산은 근·현대를 배경으로 전주시민에게 의미 있는 건축물과 사건, 인물,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 자산을 뜻한다.
‘전주 최초 고아원’은 기전여학교 교사로 부임한 방애인 선생이 헌신적으로 봉사해 운영할 수 있었다. 왼쪽 사진은 방애인 선생 모습. 오른쪽 사진은 전주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회원들과 함께 찍은 것으로 앞줄 맨 왼쪽이 그의 모습이다.
‘매곡교 및 싸전다리 뚝방길, 이거두리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매곡교와 싸전다리를 잇는 뚝방길 주변에 담긴 이거두리(본명 이보한, 1872~1931) 선생 이야기다. 전주지역 3·1운동 발상지인 이곳은 남부시장의 상인들이 몰려 붐비던 장소다. 다리 주변으로 모인 빈민 등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눠주며 평생 어려운 이들을 도왔던 이거두리 선생의 삶이 담겨 있다. 그는 걸인을 활용해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 ‘전주 최초 고아원 터’는 1928년 전주서문교회에 문을 연 고아원이 시민모금으로 만든 성금으로 1932년 자리잡은 곳이다. 당시 기전여학교 교사로 부임한 방애인(1909~1933) 선생이 전주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와 함께 사회운동을 펼쳤고, 1932년 고아들이 머물 수 있는 고아원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진행했다. 모금액으로 서문교회 주변 한옥을 구입해 고친 뒤 고아원으로 사용했으며, 현재 건물 흔적은 없다.
1931년 10월3일 <동아일보>에 실린 이거두리 선생 소천 기사.
전주시는 2017년 4월 미래유산 지정·보존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주시 미래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 조례에 따라 역사·생활·도시·문화예술 등으로 ‘전주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거쳤다. 이로써 기초조사와 시민제안 등으로 지정된 전주시 미래유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다방인 삼양다방 △옛 미원탑 터 △호남제일문 등 모두 43건이 됐다.
전주시가 미래유산으로 정한 ‘전주천 매곡교 및 싸전다리 뚝방길, 이거두리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거두리 선생 묘소.
시는 미래유산으로 신규 지정된 2건을 시청 누리집에 소개하고, 미래유산 투어와 사진전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박화성 시 전통문화유산과장은 “미래유산은 역사와 시민 이야기가 담긴 100년 뒤 보물이 될 수 있다. 지정된 미래유산을 적극 보존하고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전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