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전학생 주택제공 사업을 추진 중인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 아산초등학교 제공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주택제공에 선관위가 엉뚱한 제동을 걸었다.
전남 화순선관위는 최근 “북면 아산초등이 추진하는 전학생 주택제공은 전남도교육감의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공직선거법은 단체장이 유권자나 연고자한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현안을 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쓰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이 때문에 화순교육청도 “학부모는 관사에 원칙적으로 입주할 수 없다. 임대하려면 월 60만원을 내야 한다”고 덩달아 학교에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아산초등은 내년 학생 수가 19명으로 줄자 관사 터에 주택 2동을 지어 전학생 가족한테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곧바로 국내외에서 200여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이 중 25가구가 입주를 원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향이 일어났다. 통보를 받은 아산초등은 “연말 안에 3억원을 들여 주택 2동을 준공하기로 했는데 자칫하면 빈집으로 방치하면서 학부모한테는 사죄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백지화 위기를 맞자 선관위의 경직성을 꼬집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전남 구례 청천초등은 2011년 4억5000만원으로 학교 안에 주택 6동을 지어 전학생한테 제공했다. 이곳에는 외지 학생 6명의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보증금 100만원을 내고 전기·수도료만 부담하고 있다. 9년 동안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충북 괴산 백봉초등도 지난해부터 18억원을 들여 행복나눔 제비둥지 12가구를 지어 전학생한테 제공해 왔다. 동문들이 정문에서 100m 떨어진 마을에 주택을 제공하면서 학교는 폐교 위기를 벗어났다. 한석호 동문회장은 “한해 10명도 태어나지 않는 군의 작은 학교에 올해 13명, 내년 18명이 전학 오게 됐다. 학교 없이 마을 없다. 도와주진 못해도 방해가 웬 말이냐”고 했다.
전남도선관위는 “화순은 질의 받아 법령을 안내했다. 괴산은 학교가 아닌 동문이 추진해 양태가 다르다. 필요하면 중앙선관위 판단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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