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망월동 광주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동광주점.
“한해 15억원씩 늘던 매출이 경쟁 탓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요.”
지난 13일 전남 담양 고서농협의 서대선 상무는 개점 이후 5년 동안의 매출 추이를 알려주며 한숨지었다. 광주광역시에 맞닿은 고서농협은 2013년 32억원을 들여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매출은 첫해 17억원에서 지난해 91억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로컬푸드가 성업하자 광주농협은 지난해 50억원을 들여 고서농협에서 3㎞ 떨어진 곳에 더 큰 매장을 열었다. 고서농협은 입점을 재고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거리 제한이 없어 막을 수 없었다. 목 좋은 고서농협 반지름 20㎞ 안에는 2~3년 사이 광주농협, 담양 수북농협, 장성 남면농협의 로컬푸드가 차례로 입점했다. 내년에 담양 봉산농협과 북광주농협 첨단점이 문을 열면 모두 6곳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위기를 느낀 고서농협은 먼 거리 고령농에 택시비를 지원하고, 특수채소 농가에 작은 하우스를 지어주며 출하농가수를 400곳으로 늘렸다. 등록고객 2만명한테도 ‘당일 생산, 당일 소비’라는 다짐을 여러 차례 전했다. 이런 노력에도 올해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다. 서 상무는 “우린 ‘생계형’이라서, 예수금 1조원의 부자농협과 맞서기 버겁다. 군내 생산자로만 작부체계(출하 시기와 수량을 고려해 재배 작물의 종류와 순서를 배열하는 방식)를 촘촘히 짜는 등 원칙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로컬푸드 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매출 경쟁과 취지 퇴색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로컬푸드는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의 확대계획이 나오면서 급속하게 늘고 있다. 농식품부는 로컬푸드를 지난해 219곳에서 2022년 12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간 400억~50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로컬푸드 매장은 연말까지 400곳으로 는다.
하지만 하향식으로 숫자 늘리기를 밀어붙이며, 곳곳에서 매출 경쟁이 벌어졌다. 일부 로컬푸드는 지역 생산품을 공급한다는 명분이 무색하게 외국산이나 장거리를 이동한 주산지 농산물을 팔고 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연어, 수입 맥주, 국내 주산지의 감귤·배추·사과·감자 등을 버젓이 판매대에 올린다. 광주시민 윤아무개(38·여)씨는 “간판은 로컬푸드인데, 지역 상품 가짓수는 적어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역 소농을 조직해 판로를 연다는 본뜻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소농 수백명이 신선한 농산물을 상시로 공급할 수 있게 생산을 조정하고 출하를 안배하는 데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병백 광주귀농학교 교장은 “지원해주니 열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 매출보다 소농한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편의점이나 치킨집처럼 난립하면, 수입식품을 진열하고 출하농가를 빼가는 등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