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발생한 전북 정읍 이삿짐센터 살인사건의 피의자 성치영씨 경찰청 제공
경찰이 ‘정읍 이삿짐센터 살인사건’ 피의자 성치영(48)씨를 11년 만에 공개 수배했다.
경찰청은 “2009년 전북 정읍의 이삿짐센터 사무실에서 업주 동생인 이아무개(당시 37)씨를 살해하고 주검을 유기한 혐의로 성씨를 공개 수배했다”고 5일 밝혔다.
화물차 기사이던 성씨는 2009년 4월20일 밤 9시께 정읍시 공평동 ㄷ이삿짐센터 사무실 안에서 빌려준 돈 50만원을 갚으라는 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씨는 이날 도박 빚 등을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전주지법의 파산선고를 받고 돌아온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날 성씨가 하루 전 빌려준 도박자금을 갚으라는 이씨의 독촉에 파산상태여서 돌려줄 돈이 없다며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튿날 업주는 동생이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곳곳에서 혈흔이 발견되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성씨가 이씨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고 봤지만, 그 시간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뚜렷한 살해의 증거도 찾지 못해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의 사무실과 승용차 안에서 성씨의 지문이 나오자 그를 다시 불렀다. 2차 조사일인 25일 성씨는 인근 부안에서 가족한테 “2~3일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며 10만원과 현금카드를 갖고 사라졌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붙잡지 못하자 기소중지했다.
실종한 이씨는 5년 뒤인 2014년 7월16일 ㄷ이삿짐센터에서 3㎞ 떨어진 공사장의 폐정화조 속에서 백골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흉기로 늑골 10여 곳을 찔린 흔적이 나왔다.
경찰은 성씨가 베체트병(전신 혈관에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 환자여서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는 정황을 확인해 건강보험 진료기록을 뒤지고, 카드사용과 금융거래 등 디지털 기록을 추적했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10년 넘게 가족들한테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성씨가 신분을 세탁해 타인처럼 살거나, 다른 나라로 밀항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다만 피해자 가족은 이씨가 키 170㎝ 몸무게 80㎏의 거구였고, 돈을 빌려준 이들이 많았던 점을 들어 공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성씨는 민간 방범대원으로 3년 동안 근무해 범죄와 경찰을 잘 알고 있다. 신분은 세탁해도 얼굴을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112신고를 기다린다”고 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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