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파이프 보조사업의 비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전남 곡성농협.
농협 직원이 비닐하우스용 파이프 보조사업을 하면서 외부 업체의 세금계산서를 멋대로 발행해 국고를 축내고 농민한테 지급된 보조금 일부를 가로채는 등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은 시·군 부담 50%, 농민 부담 50%로 추진한다. 농민이 하우스용 파이프가 필요할 경우 농협이 이를 사들여 공급한 뒤 시·군에 보조금을 신청하면 시·군이 농민에게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전남 곡성농협 직원들은 8일 “파이프 보조사업을 담당한 과장대리 ㄱ(47)씨가 외부 업체 두 곳의 이름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이를 근거로 행정기관에서 보조금을 타내고, 농민한테 부가세 등을 가로채는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이뤄진 농협중앙회의 감사가 미진했다며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9~12일 감사를 벌여 “ㄱ씨가 파이프 6억5615만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수탁업체 수수료를 규정인 10%보다 적은 1.6%만 받았다. 누락분 5450만원을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ㄱ씨가 2013~2016년 해마다 파이프 6억여원어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해 부당하게 보조금을 신청하고, 농민들의 보조금 통장을 관리하면서 세금(부가가치세 10%+종합소득세 3%) 명목으로 현금을 인출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ㄱ씨가 업체 2곳의 사업자번호와 공인인증서를 멋대로 활용해 발행한 세금계산서들을 제시했다. 이 계산서에는 60~70대 농민들이 파이프와 개폐기 등 자재 1천만~4천만원어치를 샀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ㄱ씨는 한동안 비닐하우스 시공업체 ㅅ온실의 통장을 맡아 관리했고, 이 업체에 파이프를 공급하는 ㄱ철강에 2015년 9월과 2016년 9월 자신의 아파트를 5천만원 한도의 담보로 제공했다. ㄱ씨는 또 사업 초기 사무실에서 70대 농민과 세금 환급을 두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 농민에게 전달된 세금계산서에는 파이프와 연결핀 등 자재 4500여만원어치를 비닐판매업체 ㅅ유통에서 구매한 내역이 들어 있었다.
한 직원은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할 정도로 ㄱ씨와 업체 사이의 유착이 심했다. 농협에 기표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를 꾸며 시·군에서 타낸 보조금 액수와 세금으로 농민한테 챙긴 액수를 확인해야 한다. 내부에선 부당 취득액을 4억~5억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하거나 농민의 통장에서 임의로 출금한 적이 없다.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한 것은 지인인 업체 대표가 자금 압박이 심하다며 도움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