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호 구례군수(왼쪽)와 임윤덕 구례교육장(오른쪽)이 21일 지리산역사문화관에서 호양학교 동종 기증식을 열었다. 구례군청 제공
112년 전 설립해 일제에 폐교됐던 전남 구례 호양학교의 학교종이 주민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구례군은 “구한말 민족교육기관인 호양학교의 학교종을 오는 28일부터 지리산역사문화관 제3관 황현실에서 상설 전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군은 지난 21일 구례교육청이 이 종을 기증하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일반에 공개한다.
이 종은 구리로 주조한 높이 50㎝, 지름 25㎝로 몸통에 태극기 문양 2개가 선명하게 양각된 향토문화자료다. 형태는 불교식이나 전면과 후면에 태극과 4괘를 배치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종은 1908년 구례에 설립돼 민족의식을 가르쳤던 호양학교에서 타종에 쓰였다.
호양학교는 조선 말기 유학자 왕석보(1816~1868)의 후학들이 설립했고, 우국지사 매천 황현(1855~1910) 등이 운영을 지원했다. 일제가 1920년 강제로 폐쇄할 때까지 담양 창평의숙과 함께 호남의 인재양성에 쌍벽을 이뤘다. 교육기관으로 운영된 12년 동안 교사진 6명이 학생 100여명한테 신학문을 가르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종은 일제가 호양학교를 폐교하면서 사라졌다가 해방 직후인 1946년 같은 자리에 방광초등학교가 세워지자 누군가 다시 기증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1999년 학생 수가 줄어들어 방광초등학교마저 폐교되자 구례교육청, 순천대 박물관 등을 전전하다 이번에 지리산역사문화관으로 옮겨졌다.
김회윤 구례군 학예연구사는 “일제에 죽음으로 맞섰던 황현 선생의 의기와 맥락을 닿아 황현실에 전시한다. 구한말 애국계몽운동의 뿌리를 지역에서 추적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여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리산역사문화관은 지난해 6월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터 5만3718㎡에 문을 열었다. 군은 12년 동안 240억원을 들여 지리산 화엄사지구 들머리에 전시관 3곳, 광장 3곳 등을 갖춘 건축면적 3495㎡의 한옥풍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선 지리산의 변천사를 소개하는 자료와 유물 전시, 가상현실(VR) 체험 공간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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