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들이 지리산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제공
지리산을 끼고 있는 지방정부들이 독자적으로는 설치할 수 없는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예산 16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은 입춘을 하루 앞둔 3일 논평을 내어 “생태계 훼손, 지역 분열, 예산 낭비 등을 불러오는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올해는 재론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탐방객 증가와 생태계 훼손으로 야생동식물이 떠날 수밖에 없다. 또 지리산이 스쳐 가는 관광지로 바뀌면 지역경제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12년 환경부가 ‘지방정부들이 합의한 단일안이 아니면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방정부들은 여전히 유치경쟁을 멈추지 않고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리산권 지방정부들이 집행한 케이블카 용역 예산은 모두 7건 16억원에 이른다. 산청군은 2015년 국립공원계획 변경에 5억1843만원, 자연환경영향평가에 2억7922만원을 각각 지출했다. 구례군은 2017~2019년 공원계획 변경, 환경평가 보완, 경제성 검토 등 3건에 2억2800만원을 집행했다. 함양·산청군은 장터목 케이블카 계획을 세우는 데 5억원을 공동으로 썼다. 이 단체는 “가능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해 용역업체 배만 불려주었다. 지방정부들이 헛된 경쟁을 멈추고 지리산을 세계복합유산(자연·문화)이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유네스코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단체 윤주옥 대표는 “설악산 케이블카는 오랜 갈등 끝에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제동이 걸렸다. 지리산도 1440m 연하천에 겨울비가 내리고, 산개구리들이 입춘 전에 알을 낳는 등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 만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리산과 설악산에 케이블카 갈등을 유발한 책임은 환경부가 져야 한다. 즉각 ‘자연보존지구에 탐방객이 모이는 시설을 설치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자연공원법을 개정해 혼란을 매듭지으라”고 강조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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