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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세상에 입춘첩 붙이는 맘으로 SNS 풍자전 열었죠”

등록 2020-02-05 18:37수정 2020-02-06 10:30

【짬】 한국화가 정태관 대표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              목포문화연대 제공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 목포문화연대 제공
“그림의 목적도, 감상의 방법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죠.”

전남 목포의 중견 한국화가 정태관(60·목포문화연대 대표)씨는 4일 풍자화를 그리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묵화 중에서도 남종화는 주로 산수를 그렸다. 대부분 저잣거리에서 멀리 떨어진 이상향이었다. 현대의 수묵화는 시대와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사람’을 담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미술관 안에서 사람을 기다리지 말자. 21세기에 맞게 작품을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노출시켜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경자년 세태 풍자전을 연다. 가로 45㎝, 세로 70㎝인 족자 23점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원작은 목포 유달산 아래 ‘화가의 집 무인카페’에서 전시한다. 입춘을 계기로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블로그 등에 올린 동영상은 3분15초 분량이다. 누리꾼들은 날카로운 시선과 부드러운 필선이 어우러진 ‘수묵의 발언’을 즐기고 있다.

전시작 안에는 진시황의 병마용마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간절함을 비롯해 북미·남북 정상회담 교착에 대한 답답함, 추미애·윤석열의 칼춤 대치를 보는 허탈함, 5·18 망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보수를 향한 실망감 등 다양한 감정이 아로새겨져 있다. 상당수 세화풍 그림에는 경자년의 희망과 풍요, 도약을 바라는 흰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연초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세상에 입춘첩을 붙이는 마음으로 소셜 네트워크 개인전을 열었다. 비틀어진 상황들이 제자리를 찾아 나라는 평화롭고 국민은 평안하길 비는 마음이다. 이런 화두로 시공의 제약을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와도 생각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추미애와 윤석열의 칼춤 대결
추미애와 윤석열의 칼춤 대결

진시황조차 절규한 코로나 바이러스
진시황조차 절규한 코로나 바이러스
“세태를 풍자하면 공감을 얻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나 남북통일, 검찰개혁, 국회대치, 한일갈등 등 주제를 만나면 ‘어떻게 담을까’ 고민한다. 영감이 순간적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몇 날 며칠 지나도 감감무소식일 때는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힘들어도 사나흘에 한 점은 꼭 그리려 한다. 지역과 이웃, 세상의 연대기를 사실대로 치밀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나름의 소명을 갖고 있다.”

신종코로나·검찰개혁 등 주제로

이달까지 경자년 세태 풍자전

유튜브·페북 올리고 원작 전시도

2029년까지 12지신 주인공 풍자전

“수묵화, 시대와 생활 속 들어가고

감상방법도 시대 따라 달라져야”

그는 2018년 무술년과 지난해 기해년에 세태 풍자전을 잇따라 열었다. 전국곳곳의 촛불시위, 북미·남북 정상회담, 일본군 성노예 합의 등 사회성 짙은 그림들을 해학적으로 그려봤다. 주변의 반응이 괜찮았다. 그는 내친김에 2029년까지 전통적 12지신을 주인공으로 해마다 풍자전을 하기로 했다. 12년을 채운 뒤 그림 300여점으로 작품집을 출판하고, 온·오프라인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판문점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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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괴물 전두환의 운명
5·18 괴물 전두환의 운명
“그림은 시대와 사람으로부터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땅을 지키는 신, 12동물은 가장 친숙한 민속 사료이자 민화에 어울리는 대상이다. 한국화에 등장하는 쥐, 소, 호랑이, 용, 뱀, 말, 양, 닭, 개 등이 얼마나 많은가. 띠해의 동물로 시대상을 표현하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고 여겨 시도했다.”

그한테 그림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그냥 내 삶의 이야기이지, 뭐가 있겠어요. 따로 기획하지 않고 세상사를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예술을 하는 이들은 역발상이 생명이다. 같은 사건과 같은 사물을 만나도 일반인과는 다른 표현, 다른 접근을 해보는 본능 같은 게 있다. 이런 감정이 창작을 북돋우는 동력이 된다”고 했다.

그는 세태전을 마치면 오는 4월 세월호 인양 이후 상황을 단계별로 묘사한 그림들로 세월호 목포 거치 기록화전을 진행한다. 5월에는 5·18민주화운동 40돌 기념 주간에 맞춰 윤상원·방광범 등 5월 영령 268명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써가며 추모하는 행위예술을 펼치기로 했다.

수묵화에 정진한 그는 목포대 호남대 등지에서 후학들을 가르쳤고 일본 후쿠오카의 아시아미술관과 이탈리아 로마의 한국대사관 문화관 등에서 7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또 남도 섬 유배역사 기록자, 목포 원도심축제 기획자, 국제수묵비엔날레 참여작가, 민속학박사 학위 준비자 등으로 바삐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박근혜퇴진 목포운동본부 문화예술팀장, 세월호잊지않기 목포실천회의 대표 등으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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