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21세기병원이 지난 1월 27일 16번 확진자의 증상이 심상치 않자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적은 진료의뢰서를 동봉해 환자를 전남대병원으로 후송했다.
질병관리본부가 16번 확진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 요청을 ‘지침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전남대병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16번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21세기병원에서 고열로 치료를 받다가 전남대병원으로 갔다. 21세기병원이 전남대병원에 보낸 진료 의뢰서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고 적혀 있었다.
전남대병원 의료진도 “태국을 다녀온 환자지만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며 동구보건소에 신고했다. 이에 환자의 주소지 관할인 광산구보건소는 이 신고를 받고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으나,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방문자 이외의 환자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일반병원 치료를 안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21세기병원이 지난 4일 임시 휴진 안내문을 게시했다. 독자 제공
결국, 이 환자는 21세기병원으로 가 다시 치료를 받다가 2월3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고열에 가래에 피가 묻어 나왔으며, 호흡곤란과 오한 증상을 보여서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의료진이 1월27일 첫 방문 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하자 광산구보건소에 강하게 항의했고, 보건소 쪽은 뒤늦게 검사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확진여부 검사는 보건소를 통해 요청하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할 수 있다. 결국 이 환자는 병원을 찾은 지 일주일만인 2월4일 확진자로 판정받았다. 이후 16번 확진자의 딸(21)도 18번 확진자가 됐고, 21세기 병원의 환자와 의료진 121명 가운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26명 등 52명이 격리 조치됐다. 질병관리본부는 16번 확진자가 1월 26일 이후 접촉한 306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5일 16번 확진자의 딸(21)이 18번 확진자로 판명된 뒤 광주 21세기병원에서 전남대병원 음암병상으로 격리하기 위해 응급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김용희 기자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 검사 대상을 태국·일본·싱가포르 방문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번 확진자의 방문지는 태국이고, 17번 확진자의 방문지는 싱가폴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첫 감염자인 ㄱ(68)씨가 다녀왔던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2차로 강력하게 요구하자 마지못해 검사해 확진 판정을 내렸던 적이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감염내과)는 “1월 23일 중국 우한의 이동제한 및 봉쇄 조처 이전에 2만여 명이 비행기로 태국·싱가포르·일본 등지로 빠져나왔다고 외신이 보도했다”며 “과거 메르스 사태 때도 비검사 대상인 바레인 방문자가 첫 감염자로 나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태국·일본·싱가폴 방문자는 검역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그 당시에 보건소나 1339의 방침이 태국을 다녀와서 열나는 것으로 (보고)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한 상황이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사례정의’(중국 방문자만 검사 대상이 되는 지침)을 고치고 의사의 재량이나 증상의 위중도를 따져보고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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