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전남 신안군 자은면 한 농가에서 트랙터로 겨울 대파를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진도 등 대파 주산지 농민들이 가격 폭락으로 한숨을 짓고 있다.
전남도는 13일 “겨울 대파 상품 1㎏의 도맷값이 전날 817원으로 지난해보다 30.2%, 여느 해보다 53.2% 떨어졌다. 밭떼기 거래값은 평년 333.3㎡(100평)당 100만원에서 30만~60만원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도는 “재배한 대파 면적의 40%는 출하했지만 60%는 아직 팔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 조사 결과, 전국의 재배면적은 3713㏊로 평년보다 10%가량 넓어졌다. 예상생산량도 13만5천t으로 평년보다 20% 늘었다. 김경 도 원예산업팀장은 “생육기에 날씨가 좋아 생산량이 예상보다 늘어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음식점에 손님이 끊기고, 김치마저 대량 수입해 오는 바람에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도는 생산량의 10%를 산지에서 폐기하는 방법으로 가격조절에 나섰다. 도는 “61억원을 들여 대파밭 359㏊의 1만3천t을 폐기하겠다. 농민한테는 1㎏당 417~537원의 보상비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19일까지 신청을 받아, 29일까지 폐기를 마칠 방침이다.
하지만 주산지 농민의 불안은 여전하다. 농민 박낭근(57·신안군 자은면 고장리 외기마을)씨는 “폭락사태가 3년째 이어져 답답하다. 100평당 생산비가 40만~55만원인데 30만원에 밭떼기를 제안받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 앞날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현재 시세로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 10%만 보전받고 폐기할 수 있다니, 남은 50%는 헐값에 내놓거나 스스로 갈아엎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농민들은 또 “산지 폐기가 늦어지면 새로 파종한 뒤에 뿌리가 썩어버리기 쉽다. 3월까지는 대파밭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파는 해마다 4~6월에 파종해 12월~이듬해 4월 출하한다. 해풍이 불어 온화하고 물 빠짐이 좋은 모래땅이 유리해, 전남이 전국 생산량의 97%를 차지한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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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민이 11일 전남 신안군 자은면 한 대파밭에서 수급 조절을 위해 겨울 대파를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