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맨 가운데)이 지난해 11월 광주도시공사와 광주환경공단 노동자 이사 2명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광역시의 노동이사제가 연 200시간의 비현실적인 활동시간 규정 등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노동자 경영참여를 통해 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에 맞게 노동자 이사들의 충분한 활동시간과 함께 안건제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광주광역시 노동이사제 운영실태를 보면, 지난해 광주도시철도공사와 광주도시공사, 환경공단 등 산하 공기업 3곳에 노동자 이사 4명이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광주시는 2017년 노동이사제 조례를 제정한 뒤 지난해 3곳의 노동자 이사를 임명했다. 직선으로 선출된 노동자 이사는 시장이 임명한다. 임기 3년의 노동자 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심의·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광주 공기업 한 관계자는 “만약 노동자 이사가 이사회에서 반대한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의사록에 노동자 이사의 반대 이유 등이 기록돼 향후 문제가 됐을 경우 다수가 소수 의견을 묵살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는 2017년 서울연구원의 1호 노동자 이사 임명을 시작으로 전국 6곳 지방정부(부산·인천·광주·울산광역시, 경기도, 경상남도)로 확산된 상태다.
문제는 광주시의 노동자 이사의 활동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노동자 경영참여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 노동이사 관련 조례엔 노동자 이사로서 활동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돼 있지만, 광주시의 지침에는 노동자 이사의 활동시간이 연 200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박철균 광주도시공사 노동자 이사는 “연 90% 시간은 현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10% 시간을 노동자 이사로 활동하는데 이 정도 시간은 연 10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공부문에 노동자 이사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서울시는 공기업 규모에 따라 연 300~400시간을 활동시간으로 할당한다. 또한 노동자 이사에게 부서를 통해 이사회에 안건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안건 제출권) 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동자 이사들을 인권·윤리경영, 직장 안 괴롭힘, 성평등 등 노동자 권익보호 직무에 보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노 불협화음’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이사의 공조가 노동이사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공기업 한 관계자는 “조합장이나 노동자 이사 모두 직선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노동 현안을 두고 서로 눈치보기를 할 수 있다”며 “노동자 이사를 조합장이 겸임하거나 조합에서 노동자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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