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낮 12시23분께 다중 추돌 사고가 난 전북 순천완주고속도로 완주 방향 사매2터널. 이 사고로 불이 나 터널 안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전북 전역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전북 남원을 지나는 ‘순천~완주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잇따라 추돌해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이날 전북지방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낮 12시23분께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2터널에서 4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친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남원과 광주광역시 등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터널 안에는 질산 1만8천여ℓ를 실은 25t 탱크로리가 넘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충격으로 이 탱크로리가 불타고 질산이 새어나와 터널을 뒤덮었다. 사고는 터널 전체 길이 712m 가운데, 들머리에서 100m쯤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송용권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탱크로리에서 질산이 대량으로 흘러나온 것은 아니고, 밸브를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누출된 양은 화재 정리 뒤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질산은 불에 타는 물질은 아니다.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터널 안을 채운 것은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가 대부분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8시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폭설과 기온 하강 등에 따른 도로 결빙에 무게가 실린다. 현장 관계자들은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진 탱크로리가 차선을 모두 막으면서 뒤따르던 차량 30여대가 잇따라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사고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입을 모았다. 견인차 기사 박아무개씨는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커먼 연기가 터널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와서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사방에 찌그러진 차량이 널려 있고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마치 폭격을 맞은 모습이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난 사매2터널에서 연기가 나고 있고, 소방차가 진화하고 있다. 독자 제공
소방당국은 이날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43대와 인력 125명을 투입해 터널 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작업을 벌였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이 검은 가스로 뒤덮여 인명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인명 피해는 늘어날 수 있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탱크로리가 넘어진 원인을 파악 중이다.
이날 비슷한 시각 사고 현장에서 남쪽으로 수백m 떨어진 사매1터널 상행선 방향에서도 4~5중 추돌사고가 나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한편, 사고가 난 지역인 전북도에는 이날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전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6일 오후 1시30분부터 지속된 대설특보로 17일 오후 5시 현재 전북지역 평균 적설량은 9.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18일 새벽까지 5~10㎝의 눈이 더 올 것으로 예보했다. 강승구 전북도 도민안전실장은 “이날 낮 최고기온이 전북 대부분의 시·군에서 영하를 기록했고, 눈도 18일 새벽까지 계속 내릴 것으로 보여 출퇴근길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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