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8일 오전 서구 한 교회 정문앞에서 서대석 서구청장 및 직원들과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피켓을 들고 집단예배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예배가 끝나자 마스크를 쓴 교인 200여명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교인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눴다. 교회입구에는 ‘신천지 아웃’이라고 적힌 팻말이 붙어있었고, 교회 주변으로는 ‘힘내라. 대한민국. ㅅ교회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는 펼침막이 내 걸려 있었다.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ㅅ교회의 풍경은 여느 일요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이 교회는 예배를 강행했다. 앞서 교회 쪽은 예배 자제를 요청하는 서울시에 오전예배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예배를 축소해 오전예배만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예배가 끝나고 낮 12시40분께 오후 예배를 위해 교회로 들어가는 신도들이 보였다. 이아무개 담임목사는 이날 유튜브 예배 생중계에서 “점심식사가 준비가 안 되고 1시20분부터 오후예배와 정례예배를 같이 드린다”며 “남으실 분들은 남아주면 된다”고 밝혔다. 유튜브로 중계된 오전예배는 270여명, 오후예배에는 50여명이 시청했다.
교회 입구에서 마스크를 쓰고 신도들의 열을 재던 한 신자는 “코로나19 때문에 교회 신도수가 평소보다 줄어 40%정도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회의 한 장로는 “여기 말고도 다른 대형교회도 사람들을 앉혀놓고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ㅅ교회처럼 이날 서울시에 예배를 강행한다고 밝힌 대형교회는 55곳 가운데 12곳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평강 제일교회는 지난 7일 온라인 예배 대체공지를 올렸다. 평강 제일교회는 공지문에서 “3월8일 부터 15일 까지 잠정적으로 모든 예배를 인터넷으로 대체하여 드리기로 결정했다”며 “교회가 지역사회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인식한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도 개신교 일부 교회들은 주일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 11시 광주 서구의 한 대형교회 예배당 앞에서 한 교인은 “주일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체할 순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자발적으로 (교인들이) 오는 것을 어떻게 막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교인이 600여명인 이곳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출입증을 받은 교인만 예배당 참석을 허용했다. 교인 이아무개(54)씨는 “주일교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게을러질 수 있어 자발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회는 누리집을 통해 “교회당 내 소독을 철저히했으니 안심하시고 예배드리자”고 사전에 공지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단예배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개신교 일부 교회들은 주일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5개 구청은 2600여 명의 공무원을 통해 교회별로 모여서 예배를 보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 지난 1일 광주양림교회(예수교 장로회 합동)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 3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상태여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4일 광주시기독교교단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집단예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교인들은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광주 서구 한 교회 교인들은 공무원들이 교회 앞을 찾아와 홍보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종교활동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북구 한 교회에선 정문은 폐쇄됐지만 교인들이 주차장을 통해 슬그머니 입장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광주의 한 대형교회 목사는 “예배를 멈추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게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예배당을 찾아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교인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광주시 집계결과, 1451곳의 개신교 교회 중 408곳(28.1%)만 주일예배를 진행했다.
개신교 교회의 종교집회 일시 중단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도내 종교집회 전면 금지 명령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내 교회 2858곳(56%)은 집합예배를 연다고 답변한 뒤 나온 제언이다.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생각이다.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엔 2천여 건이 넘는 찬반 댓글이 달려 있다.
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천주교회는 주일미사가 집전되지 않아 한산했다. 정대하 기자
이날 오전 광주시 서구 쌍촌동 천주교회는 평소 주일과 달리 적막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광주·전남지역 150여 곳 천주교회에서 22일까지 6주동안 주일미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의무축일인 주일미사의 중단은 1937년 천주교광주대교구가 생긴 이후 83년만에 처음이다. 노완석 쌍촌동 천주교회 주임신부는 이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 750여 명의 신도들에게 묵주기도나 묵상으로 대신하거나 유튜브로 중계되는 집전을 보며 기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학까지 개학을 연장한 22일까지는 사회 각 부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민호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시작된 감염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노인들과 요양원 등 고위험집단 시설에 대해 엄격한 대책이 마련된 뒤 적절한 시점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이정규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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