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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따리 갖다줄게~” 개학 늦어지자 일일이 학생 찾아간 농어촌 교사들

등록 2020-03-09 16:19수정 2020-03-09 16:27

순천 상사초, 마을 19곳 학생 53명에게 책보따리 전달
“인사 나누고 감염병 예방수칙·온라인 학습방법 알려줘”
순천시 상사면 오곡리에서 만난 사제들(앞줄 왼쪽부터 김영중 교장, 1학년 박민하, 4학년 박가인, 뒷줄 왼쪽부터 학부모 황미향씨, 4학년 담임 홍문희, 1학년 담임 송소연) 전남도교육청 제공
순천시 상사면 오곡리에서 만난 사제들(앞줄 왼쪽부터 김영중 교장, 1학년 박민하, 4학년 박가인, 뒷줄 왼쪽부터 학부모 황미향씨, 4학년 담임 홍문희, 1학년 담임 송소연)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남 순천의 교사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늦어지자 일일이 책보따리를 전해주며 불안한 학생들을 다독였다.

순천 상사초등학교 교사 7명은 최근 학교버스로 마을 19곳을 돌며 전교생 53명한테 책보따리를 전달했다. 교사들은 지난 2일 휴업 동안 할 일들을 의논하다 교과서를 미리 나눠주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학년별로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초대한 뒤 책보따리를 전달하는 날짜를 상의했다. 이어 순천 시내에서 학생 수에 맞춰 개당 3000원인 보자기를 준비했다. 보자기에는 학생들이 기다리는 새 학년 교과서를 정성껏 담았다. 1~2학년한테는 국어와 수학 2종, 3~6학년한테는 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등 5종을 넣었다.

교사들은 책보따리를 전해주면서 학생들한테 감염병 예방을 위한 위생수칙을 알려주고, 이(e)학습터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이 학교 박숙경 교사는 “담임 6분 중의 2분이 전근 와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개학 연기로 학생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불안함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마을 들머리에서 학교버스를 마중하며 반겼다. 소식을 들은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교사들을 맞기도 했다. 1학년 박민하(7)양은 “선생님이 직접 마을로 찾아와 놀랐다. 새 책을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민하의 어머니 황미향씨는 “개학이 3주나 연기되어 속으로 걱정이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많이 챙기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학생들한테 책보따리를 전달하기 위해 순천시 상사면 오곡리를 찾은 상사초등학교 통학버스 전남도교육청 제공
학생들한테 책보따리를 전달하기 위해 순천시 상사면 오곡리를 찾은 상사초등학교 통학버스 전남도교육청 제공

김영중 교장은 “할머니가 손자 대신 책을 받으러 학교에 찾아오기도 하고, 일부 신입생은 ‘빨리 학교 가고 싶다’고 조바심하기도 했다. 학생 수가 적고 아직 지역 내 감염사례가 없어 가능했다. 반응이 따뜻해서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상사초등학교는 1932년 설립해 졸업생 4368명을 배출했으나 현재는 학생 53명이 다니는 농어촌의 작은 학교다. 순천 도심에서 시내버스로 한 시간 쯤 걸려 학원이나 피시방 등이 전혀 없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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