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35사단 차도원 중위가 조모상을 당했는데도 전북 김제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35사단 제공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현역 군인이 코로나19 지원 임무 완수를 자처했다.
육군 35사단은 19일 “사단의 김제대대 차도원(27) 중위가 경증환자를 관리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어려운 시기인 만큼 임무를 다하고 싶다’며 임무를 계속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차 중위는 지난 11일 병상 부족으로 자가격리 중인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이 전북 김제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대원 9명과 함께 물자지원 임무를 자처했다.
구호품 등을 분배·관리하던 차 중위는 임무 6일째인 지난 16일 전남 완도에 사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함께 임무에 투입된 부대원 9명과 생활치료센터 직원들은 그에게 장례식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했고 별다른 증세가 없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으면 생활치료센터를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차 중위의 아버지(54)는 “장례식에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임무가 더 중요하다. 환자들을 돕고 부대원과 함께해달라”고 아들에게 당부했다. 차 중위도 “할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당부도 있고 고생하는 전우들을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임무를 다 마친 뒤 제일 먼저 할머니 묘소를 찾아뵙겠다”는 뜻을 사단에 전했다. 차 중위는 학군사관 후보생(ROTC) 56기로 임관해, 올해 6월 말 전역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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