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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인권상에 인도네시아 출신 벳조 운퉁

등록 2020-03-20 15:01수정 2020-03-20 15:11

독재정권 대학살 목격 후 저항활동
9년간 구금 후 진상조사·피해지원
2020광주인권상을 수상한 벳조 운퉁 ‘인도네시아1965/66 학살 연구소’ 소장. 5·18기념재단 제공
2020광주인권상을 수상한 벳조 운퉁 ‘인도네시아1965/66 학살 연구소’ 소장. 5·18기념재단 제공

올해 광주인권상 수상자는 1960년대 인도네시아 대학살 진상조사와 피해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벳조 운퉁(72, Bedjo Untung)씨로 선정됐다.

5·18기념재단 ‘2020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벳조 운퉁은 독재정권에 의한 투옥과 신변 위협에도 불구하고 민주인권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1965∼1966년 고등학생이었던 벳조 운퉁은 수하르토 군사독재정권이 좌익청산을 구실로 자행한 대학살을 목격하고 독재 저항 활동에 뛰어들었다. 정치범 수배자가 된 그는 1970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칼롱 군사정보국에 붙잡혔고 재판 없이 구금됐다. 이후 9년간 인도네시아 곳곳 감옥을 돌며 식량 부족, 강제 노동 등을 겪었고 쥐, 뱀, 곤충 등을 잡아먹으며 버텼다. 1979년 10월 24일 국제사면위원회와 국제적십자위원회,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유럽 공동체 등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압력을 넣은 끝에 석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석방 이후에도 신분증에 옛 정치범임을 의미하는 특수코드인 ‘이티’(ET)가 기입됐고 모든 이동경로를 군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등 박해에 시달려야 했다.

벳조 운퉁은 1999년 4월7일 자신이 목격한 대학살의 진실을 알리고자 ‘인도네시아1965/66 학살 연구소’(YPKP65)를 설립했다. 연구소 유해발굴팀은 수마트라, 자바, 발리 등에서 집단 무덤 346곳을 찾았고 총 희생자는 50만∼300만명으로 추정했다. 또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피해 보상과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는 활동을 펼친 결과 인도네시아 헌법에 의해 피해자 지원을 보장받게 됐다. 2015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했고 이 재판에서 1965∼1966년 인도네시아 대학살이 공식 인정될 수 있었다.

벳조 운퉁은 2017년 서울 진실의 힘 재단이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았고 2018년 제주 4·3평화재단의 ‘진실과 정의’ 심포지엄, 지난해 5·18기념재단의 광주아시아포럼 등에 참석하는 등 한국인권단체와도 연대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인 문규현 신부는 “벳조 운퉁은 5·18정신을 실현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부터 매년 5월18일 광주인권상을 수여하고 있는 5·18기념재단은 코로나 사태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시상식을 10월로 연기할 방침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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