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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물품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적재적소 배분이 중요합니다”

등록 2020-03-24 13:23수정 2020-03-24 13:49

행정력 못 미치는 취약계층 찾아 돕는
명상수행단체 ‘아난다마르가’…지역 화제
“마주할 때 행복…코로나 어서 잦아들길”
대구 회원 채경선씨가 자신의 집에서 취약계층에게 제공할 음식을 만들고 있다.
대구 회원 채경선씨가 자신의 집에서 취약계층에게 제공할 음식을 만들고 있다.

“대구로 지원되는 물품은 사실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것을 각 부처·시설로 배부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지기까지 시간이 더딜 뿐입니다. 물론 행정력의 미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지요. 늘 그렇듯이 취약계층에게는 고통이 더해지는 게 현실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염려·사랑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대구 회원 채경선)

코로나19 위기에서 전국 조직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돕는 단체가 있다. 전북 완주에 본부를 둔 명상수행단체 ‘아난다마르가’. 아난다마르가는 산스크리트어로 ‘끝없는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 단체는 어려움 속에서도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대구지역 홀몸노인, 일용직 노동자 등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대구로 돈과 물품 등을 보내면 대구의 회원이 분배하는 업무를 맡는 것이다.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뤄졌다.

대구청소년자립관 박은주(오른쪽) 관장과 채경선씨가 취약계층에게 음식을 나눠준 뒤 자립관 앞에 서 있다.
대구청소년자립관 박은주(오른쪽) 관장과 채경선씨가 취약계층에게 음식을 나눠준 뒤 자립관 앞에 서 있다.

시작은 고구마 200상자를 보낸 게 계기였다. 대구에서 무섭게 코로나19가 번질 때였다. 충남 홍성의 손정희씨가 자신 등이 농사지은 고구마 200상자를 보냈다. 택배비 등을 다른 회원들이 십시일반했다. 대구의 회원 채경선(55)씨가 심각한 현장 상황을 매일 단체방에 알려왔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가가호호 방문해 나누었다. 또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 과일, 떡 등의 먹거리를 의료용품과 함께 제공했다.

사회봉사 경험이 있어 정보와 노하우가 있었던 채씨는 회원들이 보내준 재료 등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혼자 집에서 하는 것이라 50인분에 그쳤다고 아쉬워했다. 매주 4회 도시락을 만들었고 나머지 날에는 다른 단체와 함께 했다. 채씨는 “사랑은 서로 마주하면서 나눌 때 행복하고 선의를 느낄 수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음식만 문에 걸어놓고 온다. 특히 신천지 때문에 주변 분들이 서로간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나눔은 상대방이 진짜 필요로 할 때 적재적소에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제공할 과일.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제공할 과일.

전북 장수의 회원 전희식(62)씨는 “이번에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의 ‘호민론’이 떠올랐다. 복종과 준법만을 강조하는 항민(恒民), 불평과 비난만 일삼는 원민(怨民)과 달리, 호민(豪民)은 재난과 위기를 맞아 공동체를 복원하는 기회로 여기고 팔걷고 나서는 사람들이다. 위기 앞에서는 소모적 논란 보다는 호언론(豪言論)과 호정치(豪政治)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채경선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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