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시스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광주광역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에 응급의학과 전공자가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부산 등 8곳 광역자치단체가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립 취지에 맞춰 예방의학·보건학 전문가에게 책임을 맡긴 것과 대조적이다.
20일 광주시와 전남대병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위탁기관으로 전남대병원을 선정했다.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2012년)을 시작으로 인천(2014년), 부산(2015년) 제주, 경기(2017년), 강원·경남·전남(2019년)에 설립됐다. 광주·대구·울산·대전 4곳 지방정부가 올해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광주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수탁기관인 전남대병원이 예방의학 전문가 대신 응급의학과 교수를 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에 내정했다는 점이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앞으로 건립될 공공의료원인 광주의료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앞으로 광주의료원이 적자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해 응급의학과 전문가를 내정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지난달 광주광역시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 도착해 의료진과 병원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광주광역시 제공
하지만 경기·인천·부산·제주·강원·경남·대전 7곳은 체계적인 공공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예방의학 전문가가 단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공공보건의료재단으로 바꿔 보건학 박사 출신을 책임자로 임명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체계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면 예방의학 전문가가 단장을 맡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전남대병원이 응급의학과 전문가를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으로 내정하자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시가 최근 광주시립의료원을 2024년까지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설립 타당성 용역 예산을 확보했지만, 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광주의료원 설립을 주도할 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전남대병원이 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을 마치 병원 보직자를 임명하는 것처럼 응급의학과 교수에 맡긴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시 쪽은 “전남대병원이 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을 응급의학과 교수로 확정한 뒤 통보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