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한 것은 맞지만, 금팔찌를 빼앗은 것은 아니다.’
전북 전주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뒤늦게 범행 일부를 자백하면서 이러한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부터 계속 “억울하다”고 주장했던 그가 혐의를 일부 인정한 데는 감형을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주완산경찰서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ㄱ(31·남)씨가 전날 피의자신문에서 지인인 ㄴ(34·여)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인 진술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피의자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애초 ㄱ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었다. 범행 당시 피해자를 차에 강제로 태운 장면과 폭행하는 영상 등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확보한 게 결정적이었다. 또 그가 숨진 피해자의 통장에 있던 48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점과 빼앗은 금팔찌를 자신의 아내에게 준 것도 유력한 증거였다. 더욱이 범행 장소마다 ㄱ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가 등록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터넷도박으로 수천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에도 가족과 지인 등에게 급전을 빌려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도박 빚에 시달리던 ㄱ씨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피해자의 금품을 노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는 애초 “우울증약을 먹어서 기억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살인 및 시신유기를 인정하는 것으로 말을 바꿨고, 강도 혐의를 받는 금팔찌 출처에 대해서는 “그녀가 스스로 준 것”이라며 끝까지 발뺌했다.
법조계에서는 ㄱ씨의 태도 변화가 앞으로 재판과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형법상 강도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형을 받지만, 단순살인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시신이 발견된데다 경찰이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니까 피의자의 심경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판과정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된다면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수사과정에서 증거가 대부분 확보됐다면 관련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