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가운데) 전주시장과 김용무(왼쪽)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임용택(오른쪽) 전북은행장이 지난 29일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안정적 고용을 위해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과 대출자금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전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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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중앙정부 발상 뛰어넘는 지자체들 나와: 착한 임대료, 재난기본소득, 해고 없는 도시 선언 앞장서”(<한겨레> 4월29일치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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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칭찬, 내부선 비판 ‘전주형 재난소득’: 전주시청 공무원, 내부행정망에 김승수 전주시장 등 겨냥 직설적 비판”(<새전북신문> 4월29일치 1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 김승수 전주시장의 대응을 놓고 같은 날 <한겨레>와 <새전북신문>이 보도한 정반대 내용이다. <한겨레>는 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를 통해 김 시장 인터뷰 기사를 1개 면에, <새전북신문>은 전주시청 내부행정망에 올라온 공무원의 글을 소재로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한겨레>에는 독자들의 반응도 찬반으로 서로 달랐다. “김승수 시장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 국민을 위하고 섬기는 민의의 전당으로 진출하시길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시민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고, 자신이 생각한 일을 실현시키는 행동력이 매우 좋으신 것 같다” 등 찬성하는 댓글이 올라왔지만, “노동자가 듣기 좋은 소리. ‘해고 없는 도시’=기업하는 사람들은 속으로 생각한다. ‘기업할 수 없는 도시’. 기업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업은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인류 역사의 가르침이다” 등 부정적인 댓글도 이어졌다.
전주시청 내부행정망에 올라온 시정 비판 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주시청 내부행정망 ‘톡톡 소통광장’에는 지난 4월23일 오전 10시29분에 ‘이래갖고 일하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김 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시민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열심히 아무 소리 않고 일했는데 이쯤 되면 우리를 소돼지로 보는 듯. 나보다 더 애쓰는 의료진들 있으니까 더 고통받는 사람들 있으니까 참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속에서 열불이 나서 못 살겠다. 전국 최초 재난기본소득 5만명 큰소리쳤는데 선정기준 왔다갔다 직원들 욕받이로 내몰고서도 실적이 저조하니 또 만만한 직원들 쥐어짜는구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직원은 이어 “신청기한이 연장될 거면 적어도 일하는 직원들한테 먼저 말해줬어야지 언론에 터뜨리고 나서 어쩔 수 없다는 태도(에) 기가 막힌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건가”라며 “노조 홈페이지에 쓰려다가 윗분들 보시라고 여기에 올립니다. 반성 좀 하시죠”라고 첨언했다.
게시글에는 “약도 없는 국내 최초병”,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 ○○...최초, 극찬, 칭찬, 좋겠음. 능력자 밑에서 일하고 싶다~”, “보여주기식 그만하고 직원들 행정력 낭비 좀 그만 시키면 합니다. 욕받이 그만 만들고 다시 제자리로...” 등 김 시장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전주시는 3월10일 저소득층 5만명에게 52만7천원을 지급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후 4월24일까지 신청을 받았으나, 4월20일 기준으로 신청인 3만9340명 가운데 2만1576명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5만명에 못미친 것이다. 그러자 5월1일까지로 시한을 일주일 연장했다. 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 납부명단을 받아 홍보에 주력했다. 이런 과정에서 공무원들 업무가 늘어나게 되자 일부가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29일 통화에서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한 것은 사실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일부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공복으로서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라고 양해를 구하고 이해를 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쓴이를 색출하거나 인사 조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시는 저소득층 5만명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4월 초 카드발급을 시작했다. 전주시 제공
전북연구원의 한 직원은 “소통의 장인 대나무숲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25년 전인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공무원이 피곤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는 공무원의 희생과 봉사가 컸다. 그만큼 시민들이 혜택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민 일반과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청공무원은 ‘튀는’ 시장을 바라보는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공복’인 공무원은, 특히나 선출직으로 시 전체를 대표하는 시장은 내부자보다 시민이란 외부자를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이끄는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을 얻지 못하는 지도자의 한계나 위험성도 생각해볼 문제다. 가까이서 바라보면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단점은 있지만, 이미지란 허상을 걷어내고 본 모습을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김 시장은 어떤 리더일까.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