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한 마을이 모아둔 마을기금을 활용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화제다.
완주군은 상관면 정좌마을이 최근 마을총회를 열어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피로감을 겪는 동네 주민들에게 가구당 20만원씩을 현금으로 주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일종의 ‘마을 재난지원금’이다. 지급대상은 주민등록만 있고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 동네 대소사를 함께 한 20가구다. 재원은 공동체사업으로 얻은 수익금과 동네 행사 협찬금 잔액,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해 조성한 뒤 단체관광이나 마을잔치 등에 사용하는 마을기금이다.
지난 1일까지 재난지원금을 모두 지급한 이 마을은 2014년에도 광역상수도를 끌어올 때 주민 개인부담금 40만원씩을 내주는 등 기금을 풀어 동네 어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줬다. 5년 전 모정을 건립할 당시에도 군비만으로는 모자라는 사업비에 자부담 500만원을 마을기금으로 충당했다.
김진곤 이장(54)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해 하는 어르신들이 많고 노인 일자리 등 경제활동이 끊겨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주민총회를 거쳐 마을형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기금을 무작정 쌓아놓기보다 동네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데 주민들의 생각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완주군은 정부와 별개로 군민 1인당 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지난달 20~27일 사이 전 군민의 90.3%가 수령해갔다고 밝혔다. 군은 신속한 지급 비결로 철저한 사전공지, 절차 간소화, 주민 중심의 현장 대응 등 3가지를 꼽았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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