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예술치유 공연 ‘창 밖의 아리아, 희망을 보다’를 기획한 전주시 오원엽 주무관.
“요양원의 유리창이 밖에서 안을 잘 볼 수 없는 상태여서 공연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운 줄 정말 몰랐어요. 끝나고 사진과 영상을 보니까, 애초 생각과 달리 어르신들이 엄청나게 호응해 주셔서 보람을 느꼈어요.”
전북 전주시 문화정책과 예술놀이팀 오원엽(44·행정7급) 주무관의 첫 비대면 예술치유 공연을 끝낸 소감이다. 전주시는 지난달 28일부터 5월 말까지 지역의 15개 예술단체와 뜻을 모아 모두 10회에 걸쳐 찾아가는 예술치유 공연 ‘창 밖의 아리아, 희망을 보다’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과 아파트 등의 야외공간을 찾아가 공연하면, 관람객은 각자 생활공간에서 안전하게 공연을 보는 비대면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첫회를 완산구 서서학동에 위치한 더숲요양병원 주차장에서 열었다.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들과 종사자 등 300여명이 병원 안에서 창문을 통해 공연을 관람했다.
이곳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매주 공연을 했지만, 지난 두 달간은 텅 비어 있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엄격하게 통제돼 가족들 마저도 만나기 어려웠던 어르신과 치료에 힘써왔던 의료진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이번 공연을 시도했다.
오 주무관은 “병원 안에서 창문에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보여줬을 땐 오히려 제가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한 예술인들도 의미있는 공연이어서 보람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숲요양병원 관계자는 “외부 단절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모두 지쳐 있었는데, 예술치유 공연이 활기를 불어넣어줬다”고 전했다.
지난 4월28일 전북 전주시 더숲요양병원 주차장에서 열린 예술치유 공연을 건물 안에서 본 관객들이 유리창에 ‘감사합니다’ 문구를 써붙여 호응하고 있다. ♣H전주시 제공
그가 비대면 예술치유 공연을 기획한 것은 “모이지 않고 공연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예술인과 실내에만 머물러야 하는 시민들도 답답함에 지쳐가는 상황에서, 예술인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짰다. 그런 새로운 도전과 열정이 합해져 안전한 공연을 위해 건물의 내부에 들어가지 않은 채 보여주는 공연이 탄생했다. 15개 예술단체가 3개씩 5개팀으로 나뉘어 한 팀당 2회씩 공연한다. 사회는 취지에 공감한 ‘전북엠시(MC) 위너스’가 재능기부를 약속했다.
2회 공연은 전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완산구 서신동 관내의 야외 공간에서 하기로 했다. 그때 확진자 동선 공개 등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고 이 일대 상권에도 영향을 끼쳤다. 3회 공연은 아파트단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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