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은 완판본의 전형인 반듯한 해서체이고, 왼쪽은 간혹 초기에 해당하는 흘림 형태의 초서와 해서체 중간 정도의 형태를 보인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완판본문화관이 완판본체의 변천과정을 담고 있는 한글고전소설 <홍길동전> 영인본(원본을 사진으로 찍어서 복제한 책)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한 완판본 <홍길동전>은 모두 36장으로 19~36장까지는 간행 초기의 형태이고, 1~18장까지는 오래된 목판을 새롭게 보각한 것이다. 보각은 목판이 오래돼 글자가 닳거나, 훼손·유실 등으로 인쇄할 수 없을 때 새롭게 판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각 목판인 1~18장은 완판본의 전형인 반듯반듯한 해서체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고, 19~36장은 흘림 형태의 초서와 해서체 중간 정도의 형태를 보인다. 1916년 훼손된 목판에 1~18장을 보각해 홍길동전을 간행했다.
방각본 한글고전소설은 지역별로 서체의 특성이 다르다. 방각본은 조선시대에 민간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했던 책을 말한다. 지역방(坊)에서 발행했고 목판으로 새겨(刻) 책을 간행했기에 방각본이라 불린다. 방각본은 지역에 따라 전주 완판본, 서울 경판본, 안성 안성판본으로 구별해 지칭했다. 서울에서 간행된 경판본은 ‘흘림체’이며, 전주에서 간행된 완판본은 반듯반듯한 ‘해서체’로 찍었다. 영리를 목적으로 간행했기 때문에 대중적인 기호에 맞는 책을 만들어 냈고, 자연히 대중과 긴밀한 연결을 갖고 있는 소설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1~18장을 이루는 반듯한 해서체, 왼쪽은 19~36장을 이루는 초서와 해서체 중간 형태.
안준영 관장은 “완판본 홍길동전은 전주 완판본체의 변천과정을 이해하고, 판각의 기법을 비교해볼 수 있는 서책”이라고 말했다. 완판본문화관은 지난 1월 <열여춘향슈졀가> 영인본을 시작으로, 한글고전소설 영인본을 연차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번 완판본 <홍길동전> 영인본 발간 이후로 지역별 서체를 비교해 보는 전시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완판본문화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