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북경찰청 정문에 새워진 표지석 앞면(왼쪽)과 뒷면. 뒤에는 조용식 제31대 전북지방경찰청장의 기증을 알리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박임근 기자
현 전북지방경찰청장이 사비를 들여 지방청 정문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표지석을 세우고, 청사 바로 앞에 나무를 심자 입길에 오르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8일 지방청 정문 들머리에 가로 2m, 세로 1m 가량의 표지석을 세웠다고 25일 밝혔다. 표지석 앞면에는 ‘전북지방경찰청’이라고 크게 쓰고, 뒷면에는 ‘제31대 전북지방경찰청장 조용식(증)’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여기에는 지방청 예산이 아닌 조용식 청장의 사비 500만원이 들어갔다. 표지석 설치로 인해 진행된 주변 바닥 도색에는 예산 300만원이 투입됐다. 표지석 설치가 청장 개인 돈으로 추진해 법적으로야 문제될 게 없지만, 일부에서 청장의 낯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4월5일에는 식목일을 맞아 볕이 잘 드는 지방청 건물 바로 앞 화단에, 종전에 심어진 나무 2그루를 뽑고 현 청장이 소나무 1그루를 기념식수했다. 그러나 50일 가량이 흐른 25일 확인해보니, 청장이 심은 소나무가 활착이 제대로 안 되는 등 시들시들해져 다시 뽑힌 채 다른 소나무로 지난 주말 다시 심어졌다. 이 나무도 사비가 들어갔고 뽑힌 소나무는 버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식 현 전북경찰청장이 식목일인 지난 4월5일 심었던 소나무가 관리가 잘 안 되자 뽑히고 다시 새 소나무가 지난 주말에 심어졌다. 오른쪽 사진은 기념식수를 알리는 돌이 공사 관계로 뉘어져 있다. 박임근 기자
한 간부급 경찰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추진했어도, 개인 돈으로 생색을 내거나 공명심을 채우려는 의도로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다른 청과 비교하면, 우리 청이 정문에 표지석이 없어 휑하다. 전북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청장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다른 의도는 없이 표지석을 세운 것”고 밝혔다. 전북청은 이어 “최근 상수도 공사로 인해 장애인주차장(2면)의 차선이 망가져 이를 도색하는 과정에서 표지석 주변 안전지대와 횡단보도를 함께 색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념식수에 대해 전북청은 “현재 화단에 질이 좋지 않는 저가의 나무들이 많다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질 좋은 나무로 교체해야겠다는 판단을 했고, 이 또한 고향 사랑 마음이고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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