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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나타나 소방관 딸 유족급여 챙긴 생모, 법원이 제동 걸었다

등록 2020-06-16 10:10수정 2020-06-17 02:34

전주지법 남원지원, “생모도 양육 책임…7700만원 지급하라”
출동 신호를 받은 119 구조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출동 신호를 받은 119 구조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 가량을 챙겨간 생모에 대해, 법원이 두 딸을 어렵게 홀로 키운 전 남편에게 양육비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홍승모 판사는 지난 12일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책임이다. 상대방(생모)은 두 딸의 어머니로서 청구인(전 남편)이 딸들을 양육하기 시작한 1988년 3월 29일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두 딸에 관한 과거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며 전 남편 ㄱ(63)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판단근거는 “청구인(ㄱ씨)은 이혼 무렵부터 두 딸을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전 부인)은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앞서 전북 전주에 사는 ㄱ씨는 지난 1월 “(작은딸의) 장례식장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전 부인 ㄴ씨(65)를 상대로 두 딸의 과거 양육비 청구소송을 냈다. 1983년 결혼한 ㄱ씨 부부는 1988년 3월 협의이혼했다.

양육비 소송으로 번진 이른바 ‘전북판 구하라 사건’의 발단은 수도권 한 소방서 구조대원으로 일하던 ㄱ씨 작은딸(당시 32)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게 발단이 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순직이 인정된다”며 ㄱ씨가 청구한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결정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비슷한 시기 ‘법적 상속인’인 친모 ㄴ씨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ㄴ씨가 본인 몫으로 받은 유족급여와 딸 퇴직금 등은 전 남편인 ㄱ씨가 수령한 금액과 비슷한 약 8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망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을 예정으로 수개월분은 이미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ㄴ씨는 “전 남편은 이혼 후 딸들에 대한 접근을 막고, 딸들이 엄마를 찾으면 딸들을 때리기도 했으며, 딸들에게 나의 험담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ㄴ씨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씨 큰딸은 “(자식을) 키우지도 않았는데, 생모라는 조건만으로 모든 것을 당당하게 가져가는 게 억울해서 양육비 소송을 제기했다. 혹시라도 억울하게 양육비를 못 받는 부모가 있다면 이번 판례로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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