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의회는 지난 25일 8대 의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담양군의회 제공
”지방자치에 먹칠하는 모습이에요.”
전남 담양군의회 이규현(60) 의원은 30일 이렇게 탄식했다. 그는 최근 치러진 의장단 선거를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 군 농민회장 출신 3선 의원인 그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발언권을 얻어 의장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의 ‘자리 나눠먹기’ 행태를 거세게 비판했다. ‘명색이 지방의회 의장선거가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해서야 되겠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의회는 민주주의의 공간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기는커녕 ‘짬짜미’로 자리를 나누는 게 민망하다”고 한숨지었다.
8대 담양군의회는 의원 9명으로 구성됐다. 지역 8명, 비례 1명이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다. 25일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두고 파열음이 났다. 의원 5명이 선거 하루 전 1박2일 일정으로 단기 연수를 떠났다. 케이블카 벤치마킹을 한다며 여수로 갔다. 다른 의원 4명에겐 이를 알리지도 않았다. 군의회는 차량과 기사를 지원했다. 이들은 전날 아침 9시에 출발해 선거 30분 전에 돌아왔다.
그날 오전 10시에 치러진 선거에서는 연수갔던 5명이 의장단을 모두 차지했다. 김정오(59) 의장이 다시 뽑혀 임기를 2년 연장했다. 전반기 의장단 5명 중 3명은 자리를 보존했다. 선거에선 후보 등록도 정견 발표도 없었다. 의원 이름이 모두 인쇄된 용지에 기표하는 ‘교황식 투표’로 진행했다. 소수 4명은 다수결의 위력을 눈을 뻔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남 담양군의회 김정오 의장. 담양군의회 제공
소수는 다수를 향해 자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선거 직전 연수를 ‘사전 담합’ ‘내부 표 단속’이라고 몰아붙였다. 다수는 “연수도, 투표도 흠결이 없다. 뭐가 문제냐”고 맞섰다. 공무원들은 “현직 군수가 3선이어서 의장 선거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묻고 싶다”고 수군댔다. 의장 자리는 2년 뒤 군수선거에 도전하는 발판으로 여겨진다. 각종 행사에 참석할 수 있고 수행비서와 관용차, 월 250만원의 업무추진비 등이 제공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유리해진다.
이를 두고 김 의장은 “적법한 선거였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연수는 의원들이 선택했고, 선거 결과는 이미 확정됐다”고 피해갔다. 이어 “교황식으로 의장을 뽑는 지방의회 사정이 어슷비슷하다. 사실 연수를 따로따로 가고, 끼리끼리 원구성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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