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북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 팽나무 앞에서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민모임 제공
“미군에게 무상양여한다고 정책을 잘못했으면 국방부가 사과하고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방부에 시민단체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군산시와 의회가 공문을 보내도 가타부타 확답이 없어 정말 답답할 뿐입니다.”
국방부의 전북 군산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 팽나무를 지키려는 서명운동을 펴는 구중서(50)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사무국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수령이 약 600년 된 팽나무와, 팽나무로부터 직선거리로 100여m 떨어진 200년 된 소나무를 보호해 후손에 물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나무는 2004년 12월 군산시 보호수로 지정받았다. 수백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두 나무가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어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난 15일 온라인 2100명, 오프라인 1500명 등 서명자가 모두 3600명을 넘기고 있다. 이 자료를 국방부 등에 보냈다. 하지만 아직 국방부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했다.
‘군산미군기지 우리땅찾기 시민모임’ 에서 지난 4월 전북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 팽나무를 방문문했다. 구중서 사무국장이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시민모임 제공
군산시 옥서면에서는 지난 2000년 미군기지 탄약고 폭발사고가 있었다. 국방부는 2001년 탄약고 안전구역 확보사업 을 추진해 주민들의 이주정책을 폈다. 2009년 관련 고시가 이뤄졌고, 여기 하제마을에는 보상 등에 합의하지 못한 2가구만 현재 남아있다. 국방부는 땅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만 밝힌다고 그는 전했다.
기지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인 그는 최근 팽나무를 한국임업진흥원에 수령 감정을 의뢰했다. 표준시험법으로 진행한 결과, 수령이 537±50년이라고 임원진흥원으로부터 지난달 26일 통보받았다. 팽나무 크기는 높이 20m, 둘레 7.5m다. 산림청 자료에는 전국에서 600년 이상된 팽나무가 12그루 있다고 한다. 주변의 200년 된 소나무의 크기는 높이 14m, 둘레 2.7m다.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땅을 빼앗아서 미군에게 넘겨주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미군에게 이땅을 넘기면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에 의해 미군에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됩니다. 그러면 팽나무에 대한 시민의 접근권이 가로막히고, 나무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새만금사업으로 활발했던 하제포구는 사라졌고, 이제 팽나무와 소나무만 남아 있습니다. 문화경관·생태환경보전지구로 만들어 후대에 물려줘야 합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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