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속출했던 여수순천 10·19사건.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20년 동안 제정이 미뤄졌던 여순사건 특별법이 발의되면서 주민과 유족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남 동부권 의원 5명이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고 29일 밝혔다. 발의자는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갑), 주철현(여수갑), 김회재(여수을), 서동용(순천광양곡성구례을),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등이다. 또 김태년, 이낙연 등 민주당 의원 152명이 찬성 의견을 표명했다.
이 법안은 여순사건을 “14연대가 제주4·3 진압을 거부한 1948년 10월19일부터 지리산 입산금지를 해제한 1955년 4월1일까지 여수·순천을 비롯해 전남·북, 경남·북, 대구 등에서 발생한 충돌과 진압 때 민간인 다수가 희생된 당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어 진상규명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를 15명으로 구성해 3년 동안 활동한 뒤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에 △자료 제출과 진술 요구 △중요사건 직권 조사 △동행명령장 발부 등 권한을 부여했다.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위령사업을 추진할 근거도 담았다. 위원회는 △피해 신고처 운영 △집단학살지와 암매장지 발굴 △사료관·위령탑 건립 △위령묘역·공원 조성 △평화·인권교육 △의료·생활지원금 지급 등을 할 수 있다. 또 이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조항도 명시했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찬성 의견을 표명했고,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을 민주당 소속 서영교·윤호중 의원이 맡고 있어 여느 때보다 통과 전망이 밝다.
사법부가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권고한 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정아)는 지난 1월 민간인 희생자 장환봉(당시 29살. 순천역 철도원)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를 개별적인 형사 절차로 바로잡기보다는 여순사건 특별법을 제정해 일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2000년 16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20년 동안 제정되지 못했다. 18·19대 국회에선 논의가 미뤄지는 바람에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정인화·이용주·윤소하·주승용·김성환 등이 주도한 법안 5개가 발의됐지만 상임위의 벽조차 넘지 못했다.
유족들과 시민사회에선 이번 5번째 발의를 반겼다. 여순항쟁유족연합회는 “통한의 72년을 보냈다.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해 억울함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기대했다. 윤정근 여순사건 여수유족회 부회장은 “유족들이 80~90대에 이르러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와 순천대 여순연구소 등도 기대감을 표명했다. 허석 순천시장과 여수시장은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공동의 노력과 지혜를 모아 역사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자체도 인력 지원과 조사 협력 등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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