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동갑내기 기획자 이하영(왼쪽)·김소진(오른쪽)씨가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에술공간 서로에서 ‘오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광주 장동콜렉티브 제공
“광주 청년들과 광주 밖 청년들이 느끼는 5·18의 무게는 과연 얼마만큼 다를까를 생각하고 시작한 기획입니다.”
5·18기념재단 공모 사업에 뽑혀 서울 은평구 ‘예술공간 서로’에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주제로 오월 전시회(15~25일)를 열고 있는 김소진(25)·이하영(25) 기획자. 광주에서 독립큐레이터그룹 장동콜렉티브를 꾸려 활동해온 이들은 지난 14일 “90년대생 작가들이 5·18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예술작품을 통해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엔 90년대생 작가 4명이 참여한다. 서울 출신 작가 이큐킴은 ‘기억을 위한 공백’ 제목의 설치작품을 내놓았다. 5·18을 역사 교과서의 시대 연표 숫자의 하나로만 기억했던 이큐킴은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려고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다가왔던 느낌을 잔잔하게 표현”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전지홍 작가는 전남대 오월민주길 등을 걸었던 기억을 전통종이 중 하나인 순지에 먹과 파스텔로 펼쳐 놓았다. 광주 출신 강수지·김은지 작가도 미디어아트와 추상작업을 통해 광주와 오월을 풀어냈다.
서울 출신 작가 이큐킴의 설치 작품 ‘기억을 위한 공백’. 사진 장동콜렉티브 제공
김소진씨는 “지난 봄부터 참여 작가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를 탐방하고 오월 관련 행사에도 함께 참여했다”며 “청년 작가들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오월과 광주를 현장을 방문하면서 ‘울컥’ 실감한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회현상을 미래세대 시각으로 조명한 전시를 주로 기획해왔다. 조선대 미술대에서 함께 시각문화큐레이터를 전공한 이들은 “졸업 뒤 딱 2년 동안 돈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해보자”며 청년 문화기획에 도전했다. 지난해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광주콘텐츠코리아랩 공모에 선정된 ‘야쓰’(yas·젊은 작가 이야기) 기획이 첫 작품이다. 김소진씨는 “10명의 청년 지역작가들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기획으로 9월 오프라인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경쾌한 상상력으로 ‘오월 식탁’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1980년 5·18을 겪었던 할머니를 만나 요리법을 배운 뒤, 이 ‘비법’대로 만든 음식을 친구들과 나눠 먹으며 5·18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찍은 영상 작품이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5·18 40돌 특별전(2021년 1월31일)에 국내외 저명한 작가들과 함께 초대받아 ‘오월식탁’을 소개하고 있다.
김소진씨는 “평상에서 오월식탁 영상을 본 관람객들에게 ‘오월을 기억해달라’는 의미로 쌀 한줌씩을 담아 드린다”고 귀띔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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