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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구술로 동네 역사 기록한 마을지 6권째 냈어요”

등록 2020-08-20 18:56수정 2020-08-21 02:36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5월부터 주민 37명 구술 풀어
전북 진안 회룡1 마을지 내
‘금강하굿둑 보고서’도 공저
주용기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 전임연구원.
주용기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 전임연구원.

“현장과 관련한 책을 낼 때 현지주민 목소리는 빠지고 외부 연구자가 미리 정해 놓은 일방적 시각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현지 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주민 목소리를 담은 마을지와 금강하굿둑 보고서를 최근 잇달아 낸 주용기(53)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말이다. 자신이 만든 생태문화연구소를 소장으로 이끌고 있는 그는 인류학적인 마을조사를 통해 마을지 발간과 함께 전통생태지식을 기록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과 생태보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2011년부터 마을지 6권을 제작했다. 또 새의 서식지 조사 등을 통해 새의 생태 보전대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지난달에 전북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 회룡1마을의 마을지를 냈다. 이 마을지는 창조적 마을만들기 역량강화사업의 하나로 진안군 예산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회룡1마을은 전북 동부산악권 진안고원에 있는 마을이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인삼재배와 논밭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곳이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주민 37명의 구술을 일일이 녹취해 최대한 그대로 풀었다. 사투리를 쓰는 어르신들에게 여러 차례 확인을 받아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주민 스스로 자긍심을 갖도록 도와줬고 주민 간 화합을 다지는 계기도 마련했다.

전북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 회룡1마을의 마을지 겉표지.
전북 진안군 용담면 송풍리 회룡1마을의 마을지 겉표지.

“외지인이 조사해 쓰면 현지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다 죽이는 거죠. 즉 말없이 농사만 짓는 사람보다는 마을에서 기반 있고 높은 계층의 사람들 목소리만 들어갑니다. 그래서 인터뷰한 마을 주민 모두의 이름을 마을지 뒷부분에 넣었습니다.”

그는 최근 금강하굿둑 주변 보고서에 해당하는 책 <생물문화 다양성과 전통생태지식: 금강하구의 생물문화적 접근>도 냈다. 김억수 충남 서천생태문화학교 상임이사 및 여형범 충남연구원 공간환경연구실 연구위원과의 공저다. 2016년에 낸 보고서를 일반 독자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보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어민들의 기억을 통해 본 금강하구의 변화와 생물문화적 접근’을 집필했다.

어민과 대화하면 금강하굿둑이 지역의 생물문화 다양성을 유지·보전하는데 위협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생계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하굿둑 구축 전과 후의 변화를 명확히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물의 순환을 단절시킨 대가로 많은 생물종이 사라졌고, 사라져 간다는 것을 어민들은 체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언어와 문화의 다양함도 역시 비례하면서 줄고 있다. 자연의 토대에 있는 우리 삶을 인정하고, 자연과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성찰이 이뤄질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역의 생물문화적 접근은 지역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지역을 분석할 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지역주민이 경험하고 체득한 지식과 기억에 중심을 둬야 합니다. 그러나 개발을 내세우는 학자 등 외부 시각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공동체가 깨지고 무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내용은 제대로 없고 시설만 갖추면 된다고 보는 거죠. 주민 의견도 설문조사로 뭉뚱그리는 경우가 많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이어지고 이는 개발을 위한 면죄부가 됩니다.”

금강하굿둑 주변 보고서에 해당하는 &lt;생물문화다양성과 전통생태지식: 금강하구의 생물문화적 접근&gt; 겉표지.
금강하굿둑 주변 보고서에 해당하는 <생물문화다양성과 전통생태지식: 금강하구의 생물문화적 접근> 겉표지.

환경운동가 출신인 그는 제주2공항 부지에 멸종위기종이 많은데도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현지주민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문헌 조사 등에만 그쳤다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금강하굿둑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그나마 일부 갯벌이 남았어요. 하지만 새만금은 연안과 떨어져 더 멀리서 방조제로 강 2개(만경강·동진강)를 막아버렸어요. 이에 따라 갯벌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죠. 이로 인해 어민들이 체험하는 어족자원 변화 등에서 금강하굿둑보다 수십 배 악영향을 끼쳤어요. 해수유통을 해야 합니다. 지금 방조제에 설치한 배수갑문이라도 바로 제대로 열어야 합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주용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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