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위대한 죽음으로써/ 오오 우리 해군의 빛나는 전통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리하여 대동아전쟁 벽두에/ 제국불패의 태세를 반석 위에 세워 놓은/ 대동아 건설의 거룩한 초석이여!/ 소화의 군신이여!/…황국만대에 영원한 영광을 가슴 높이 찬양하오리.”(<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 시 중에서.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1942.3.13.)
오는 29일 전북 전주에서 시인 김해강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단죄비 제막식이 열린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광복회 전북지부, 전주시는 29일 오전 11시 전주덕진공원의 김해강 시비 앞에서 그의 단죄비 제막식을 연다고 27일 밝혔다.
알림판 형식의 김해강 단죄비는 그의 친일행적을 알리고자 시비 옆에 세워진다. 이날 행사는 애초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 경술국치일(1910년 8월29일) 110주년을 맞아 관련 단체 회원들이 함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다.
1993년 전주덕진공원에 세워진 김해강 시비. 시비 바로 왼쪽에 단죄비가 알림판 형식으로 들어선다. 박임근 기자
김해강은(1903~1987)은 본명이 김대준으로 <전북도민의 노래>, <전주시민의 노래> 등을 작사해 지역에서 존경받는 문인으로 평가돼 1993년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전주덕진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명 ‘가미카제’로 불렸던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시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와 <아름다운 태양>, <인도 민중에게> 등 친일작품을 쓴 이력으로, 2002년 발표된 친일문학인 42인 명단에 선정됐다. 이로 인해 친일문학인 논란이 일며 그의 시비 철거문제가 대두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정국이 너무 엄혹해서 초대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김해강 단죄비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기록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으며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김해강 단죄비 건립에 앞서 지난 3월 조례 개정을 통해 그가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를 폐지했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덕진구 ‘동산동’ 이름을 ‘여의동’으로 바꿨다. 동산동은 1907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기업 창업자의 장남이 자신의 아버지의 호인 ‘동산’(東山)을 따 창설한 동산농사주식회사 전주지점이 위치했던 데서 유래했다. 또 동학농민군과 명성황후 시해에 앞장선 친일부역자 이두황의 단죄비 표지석 설치, 일본 건축양식의 다가동 석등 주변에 안내판 설치 등 전주시는 일제잔재물 정비를 추진했다.
전북도는 도비 9700만원을 들여 올해 1~11월 일정으로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친일잔재 청산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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