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호남

코로나19 시대, 마지막 작별인사조차 못하는 쓸쓸한 죽음 길

등록 2020-08-30 15:34수정 2020-09-03 15:00

사망자 76%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숨지는데
“임종실 없어 가림막치고 유가족 마지막 인사도”
고령자 치사율 높은 코로나19는 면회도 제한돼
“일정 규모 이상은 임종실 의무화” 법안 발의
경기도 화성시가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한 요양병원 8층을 코호트 격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가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한 요양병원 8층을 코호트 격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노모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는데, 노모의 주검을 요양병원 1층 로비에 가림막을 친 뒤 안치해둔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ㅅ(58)씨는 어머니의 죽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ㅅ씨 모친 장아무개씨는 지난달 24일 84살을 일기로 광주시 북구 한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수년간 치매(2등급)로 고생했던 어머니가 지난해 12월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7개월 만이었다. ㅅ씨는 노모가 숨지기 직전 병원 쪽 처사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에선 지난달 23일 밤 11시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가 악화해 새벽에도 전화할 수 있으니 대기하라”고 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ㅅ씨 가족들은 이튿날 오전 10시25분께 “방호복이라도 사 입고 마지막으로 노모를 뵙고 싶다”고 간청했다. 요양병원 쪽은 “위중한 상태가 되면 임종실로 옮겨 한명씩 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ㅅ씨 가족은 결국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ㅅ씨는 24일 낮 12시2분께 “속히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12분 뒤 노모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장녀인 ㅅ씨만 방호복을 입고 6층 집중치료실에서 이미 세상을 뜬 어머니를 눈물로 상봉했다. ㅅ씨는 “어머니의 주검은 곧바로 1층으로 옮겨져 화장실 근처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물건처럼 놓여 있었다”며 “아무리 코로나19 상황이라고 하지만 고인의 주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에게 검체 채취 관련 안내를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한 시민에게 검체 채취 관련 안내를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요양병원은 “2인실 환자 병실 1개를 비워서 가족이 마지막 면회를 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임종실을 두고 있는데, 장씨의 경우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을 때 곧바로 연락했지만 가족 도착 전 사망하셨다”며 “(다른 요양병원에선) 운구차가 도착하면 고인 주검을 바로 장례식장으로 옮기지만 우리 병원에선 1층에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을 대면할 시간을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 사랑하는 이와 마지막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쓸쓸한 풍경이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어르신을 모신 가족들은 면회조차 힘들어졌고, 요양기관 등에 머무는 고령자들은 혼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는 생명이 위급해도 가족 면회가 어렵고 사망하면 곧바로 화장된다. 코로나19 사망자 300여명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는 80%가량을 차지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2월 광주 소방학교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코로나19 격리에서 해제된 한 노인의 안부를 묻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2월 광주 소방학교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코로나19 격리에서 해제된 한 노인의 안부를 묻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 때문에 코로나19 시대에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 종합병원 및 요양병원에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2018년 발의했다가 자동 폐기됐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임종실 설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다시 발의됐다.

주호영 의원실이 낸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국내 사망자 가운데 76.2%가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망한다.(표 참조)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17곳(40%)에만 임종실이 설치돼 있다. 전국 요양병원(1587곳)과 종합병원(320곳) 가운데 임종실을 둔 곳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조차 없다. 주 의원 쪽은 “가족과 함께 품위있게 생을 마감할 공간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에는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을 위해 병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을 위해 병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의료법에선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만 임종실 1개 이상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쪽은 “말기 암 환자 등이 찾는 호스피스 전문의료기관(87곳)에선 별도의 임종실을 두고 있지만,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등엔 임종실 설치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임종실이 없는 의료기관에선 환자 임종이 예상되면 중환자실로 이동하거나, 다인실에서 임종을 맞게 돼 다른 환자와 가족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 쪽은 임종실을 설치하거나 1인실을 임종실로 바꿔 사용할 경우 건강보험 의료수가로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우리도 일본·타이완(대만)처럼 임종실 사용에 합당한 수가를 지급해 질 높은 서비스와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원이 임종실 설치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민호 전남대 교수(예방의학)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위급할 경우 가족들이 병실 밖에서나마 뵐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초고령 사회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환자의 존엄한 죽음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