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삭이 지나간 3일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피항한 선박들이 태풍 하이선의 북상 소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연합뉴스
태풍 마이삭이 지나면서 전남지역의 농경지 1213㏊에서 벼가 쓰러지고 과실이 떨어지는 등 강풍피해가 속출했다.
전남도는 3일 “태풍 마이삭이 몰고온 강풍과 폭우로 여수·광양 등에서 3300가구가 정전돼 불편을 겪었고, 벼논 764㏊가 쓰러지고, 과수원 439㏊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남해안의 수산물 양식장 피해는 조사 중이나 거문도 일대에는 초속 39.3m의 강풍과 최고 13.7m의 파도가 몰아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강풍에 따른 정전피해도 잇따랐다. 태풍이 근접했던 여수시 거문도에서는 2일 밤 399가구가 정전으로 냉동했던 수산물이 녹는 등 피해를 봤다. 정전지역은 여수 손죽도와 화양면, 해남 송지면, 영광 백수읍 등 남해안에 집중됐다. 한전은 이날 오전까지 3300가구의 전기를 복구했다.
여수·광양의 해안 저지대는 침수로 불편을 겪었다.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은 2일 밤 9시께 하수가 역류하면서 상가로 빗물이 밀려들었다. 이순신 광장 부근 상가들도 인근 도로가 침수하면서 물을 퍼내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나주 함평 고흥 등에선 가로수가 바람에 쓰러지고, 가로등이 부서지는 등 공공시설물 파손이 53건에 이르렀다. 택시 승강장이 날아가고, 건물의 외벽 마감재가 떨어지는 등 강풍 피해도 잇따랐다. 도는 저지대 침수와 산사태 발생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순천 곡성 등의 66가구 주민 128명을 사전에 대피시키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태풍특보가 해제되면서 하늘길과 바닷길은 다시 열렸다. 천사대교를 비롯한 해상교량 8곳의 통제도 모두 풀렸다. 하지만 지난달 초 집중호우 때 피해를 보아 응급 복구 중인 구례 성삼재 등 도로 5곳은 여전히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도 쪽은 “태풍의 세력이 아직 남아있어 10∼40㎜의 비가 더 내리겠다. 해상에 풍랑특보도 아직 발효 중이어서 양식장 피해는 4일부터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태풍에 따른 누적 강수량은 광양 백운산 210.0㎜을 비롯해 여수 돌산 184.0㎜, 고흥 도하 162.0㎜, 화순 백아면 155.5㎜, 광주 무등산 154.0㎜ 등으로 나타났다. 태풍이 근접했던 이날 0시께 순간 풍속은 여수 소리도 간여암이 초속 44.6m로 최고를 기록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