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주민발의 요건 충족한 조례안 상임위 심사 보류

농민회,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 청구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와 진보당 광주시당은 지난 7월부터 58일동안 광주시의회 앞에서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했다. 광주시 농민회 제공

광주광역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농민수당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주민 발의 조례안에 대해 심사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의회가 주민 발의 조례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주민의 뜻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와 진보당 광주시당은 10일 성명을 통해 “1만8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직접 청구한 조례를 8개월이 넘도록 심의조차 않는다는 것은 의회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농민수당 주민참여 조례안을 지난 6월에 이어 이번에도 심의를 보류했다. 지난 1월 주민들이 발의해 지난 4월 시의회에 부의된 이 조례안의 핵심은 광주의 농민 약 2만5천여 명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예산은 약 600억여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광주시 농민회가 광주시의회 앞에서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 농민회 제공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안을 지방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두차례나 심사를 보류한 것은 이례적이다. 농민수당 조례안은 주민 1만8536명의 동의를 받아 시에 접수됐고, 유효서명이 1만6358명으로 지난 4월 확인돼 광주시의 조례안 발의 요건(만 19살 이상 주민의 85분의 1 이상 서명)을 충족한 상태다. 농민회와 진보당은 지난 7월15일부터 농민수당 주민참여 조례안을 광주시의회에서 심의할 것을 촉구하며 58일동안 천막농성을 했다.

농민회와 진보당은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2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서는 검토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런데 광주시의회가 안건상정도 하지 않은 채 오늘 임시회를 폐회했다”고 비판했다. 이갑성 광주시농민회 부회장은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는 것은 주민 뜻을 거스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앞서 시의회 산건위는 지난 3일 농민회 대표와 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농민수당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정환 시의회 산건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겹친 상황에서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 등이 제기돼 일단 안건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며 “농민회·집행부와 논의해 관련 공청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