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자산을 탕진하고 대출금 상환에 시달리다 동생을 살해한 50대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김성주)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ㄱ(58)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지난해 10월11일 오후 4시께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50)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07년 로또 1등 당첨금 12억3천만원을 받은 ㄱ씨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빌려주면서 비롯했다. ㄱ씨는 남동생들에게 1억5천만원씩을 나눠주고, 여동생과 작은아버지 등 나머지 가족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뒤 자신은 전북 정읍에서 정육점을 열었다. 이 사건 피해자인 동생은 형인 ㄱ씨로부터 받은 돈에 자신의 목돈을 보태 집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로또 당첨 소식을 접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가 많았고 이에 일일이 응하다 보니 ㄱ씨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였다.
원금과 이자 상황을 약속한 지인들 일부와는 연락이 끊겼다. ㄱ씨는 동생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정육점 경영마저 악화해 금융기관에 대출이자조차 갚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출금 상환이 자꾸 늦어지자 형제 사이 다툼이 잦아졌고 동생의 욕설을 들은 ㄱ씨는 술에 취해 정읍에서 차를 몰고 전주까지 찾아가 흉기로 동생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의 나이, 선행, 가족관계, 경위, 범행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