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며 나눔과 봉사 활동을 실천하는 배훈 대표.
“작은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안경원을 운영중인 배훈(48) 대표는 15일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많진 않지만 따뜻한 마음을 모아 기부 물품을 전달했다. 앞으로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의료인들과 함께 현지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동료 안경사 4명과 함께 전남 구례군청을 찾아 선글라스 250개와 돋보기 100개, 마스크 500개, 칫솔 160개, 컵라면 100상자, 즉석요리 식품 50인분 등을 전달했다. 지난 7~8일 폭우가 쏟아져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는 16일 곡성군청에도 택배로 선글라스·돋보기·마스크·칫솔을 보내고, 전북 순창은 광주와 전남·전북 안경사협회 회원들과 한가위 마지막 날 직접 현지를 방문할 생각이다.
최근 수해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을 돕기 위한 홍보물.
전남 구례·곡성과 전북 순창에 보낼 기부 물품(시가 5천만원)은 배 대표의 지인들이 동참해 마련했다. 안경사 4명이 선글라스와 돋보기를 지원했고, 마스크 제조업체인 빛고을에코그린과 광주의 가지런한 이(e)교정치과, 여수 스마일치과가 힘을 보탰다. 배 대표는 “중학교 동창생들과 대학 동문 안경사들이 뜻을 모았다”며 “현장에서 만난 수재민들이 가장 필요한게 청소기 등 전자제품이라고 하시더라. 주변 지인들과 뜻을 모아 전자제품을 보내기 위해 추가 모금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2005년부터 16년동안 안경점을 운영하며 꾸준히 기부·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안경점에서 2년동안 세월호 상징 노란 리본을 판매한 뒤 유족들에게 기금을 전달했다. 또 광우병 파동, 독도·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원도 산불 피해 등 12가지 현안과 관련한 캠페인도 펼쳤다. 그는 “매장에서 손님이 안 오실 때를 이용해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며 사안별로 의견을 나눈 뒤 모금 활동도 하고, 그 기부 내역도 상세하게 공개했다”고 말했다.
2019년 강원도 산불 피해 돕기에 나선 배훈 대표가 페이스북 라이브 생방송을 하고 있다.
그가 봉사활동에 눈을 뜬 것은 젊은 시절 외국 여행 때의 강렬한 경험 때문이다. 방송국 아르바이트 등 12개 직업을 오갔던 그는 1995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단돈 15만원만 들고 호주로 갔다. 그는 “딱 3달러만 손에 남아 있을 때 한국 유학생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어 넉달 동안 일했다”며 “그 돈으로 호주·뉴질랜드 곳곳을 여행하면서 현지 친구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어 회화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2015년)와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2019년) 때 통역 봉사 활동도 했다. 배 대표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아프리카 선수들을 만나 광주 맛집도 함께 가고 시내 쇼핑도 함께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독일어·일본어·중국어·이탈리아어 등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꾸린 언어 봉사의 달인 모임인 ‘우리누리’ 대표도 맡고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배훈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