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해양경찰교육원 순직자 추모벽에 설치된 정호종 경장의 부조. 해양경찰 제공
해양경찰이 지난 6월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순직한 고 정호종(1986~2020) 경장의 추모 부조를 제막했다.
해양경찰은 14일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의 충혼탑 경내 순직자 추모벽에 청동으로 가로 40㎝, 세로 53㎝인 정 경장의 인물 부조를 만들어 제막했다. 고명석 해경교육원장은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는데 자신을 보살피지 않았던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후배들이 기억하고 본받겠다”고 말했다. 순직 100일을 맞아 열린 제막식에는 코로나19 상황 탓에 유가족과 경우회 등 20여명만 참여했다.
정 경장은 통영해경 구조대 소속으로 지난 6월 6일 오후 4시께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홍도 북쪽 동굴에 고립된 다이버 2명을 찾아 맨 먼저 잠수한 뒤 구조 로프를 설치하는 등 통로를 개척했다. 다음날 오전 2시께 이들을 무사히 구조했지만 동굴 안으로 갑자기 너울성 파도가 들이치는 바람에 파도에 휩쓸려 10여 시간 만에 동굴 입구 수심 12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근무 중 이라크에 파병됐던 그는 지난해 1월 해경에 투신해 1년 6개월 동안 옥포항 부근에서 물에 빠진 이를 살려내고, 통영 방파제에서 익수한 시민을 구조하는 등 열정적으로 공직을 수행했다. 평소 “위기에 빠진 사람한테 마지막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는 살신성인을 실천하고 순직한 뒤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해경은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숨진 고 박경조 경위와 고 이청호 경사 등 순직자 2명의 흉상을 인천 월미공원 등 5곳에 설치해 귀감으로 삼고 있다. 국가현충시설인 해경교육원 충혼탑 안에도 2016년 가거도 헬기 사고, 2018년 인천 공기부양정 사고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순직자 12명의 인물 부조를 만들고, 전사자 26명과 순직자 161명 등 모두 187명의 위패를 봉안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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